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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빚더미 가계, 이자까지 마이너스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9 17:11

수정 2017.03.29 17:11

41년만에 첫 적자 기록.. 자금 공급원 역할 못해
가계빚 급증의 후유증이 가계를 기능정지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수지가 4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5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적자가 났기 때문이 아니라 가계가 더 이상 국민경제에서 자금공급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가계는 자금 공급자이고, 기업은 자금 수요자다.
가계가 자금을 모아주면 기업이 이를 빌려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이 국민경제의 정상적인 흐름이다. 가계의 적자 반전은 이런 정상적인 흐름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 구입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 지난 수년간 소득이 거의 정체됐는데도 빚은 급증해 이자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가계빚이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41조7000억원의 이자를 물었다. 금융기관에서 받은 이자수입은 36조1000억원이었다. 이자수입은 저금리 영향으로 전년 대비 5.4% 줄었는데 이자지출은 12.6%나 늘어났다. 가계의 이자수지는 2000년만 해도 흑자폭이 20조원에 달했으며 매년 흑자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처음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가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200만으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9.9%에 달한다. 이들은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몫도 줄고 있다. 가계가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1월의 수출.생산.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비만 부진한 것도 그 영향이다.

가계의 위기는 가계로만 끝나지 않는다. 가계는 정부, 기업과 함께 경제의 3주체 가운데 한 축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가계와 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 가계가 취약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돼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이와 흡사하다.
가계위기→소비부진→저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난은 가계발 불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계의 소득을 키우고 부채를 억제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가계에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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