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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내년 예산, 정치바람을 경계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9 17:11

수정 2017.03.29 17:11

유력 후보에 줄서기 의심.. 경기 회복세 마중물 돼야
정부가 2018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해마다 이맘때쯤 하는 발표지만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5월 9일 대선을 거쳐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예산편성 지침이 어떻게 뒤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대선 이후 보완지침을 전달한다지만 예산안 확정 과정에서 혼란과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반쪽짜리 지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자칫 정부 조직이 바뀌면 예산대란까지 부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은 부처별 예산 협의가 본격화하기 전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것이다. 정책 혼선을 줄일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9일 "4월 초순쯤 정부예산 편성 관련 당론을 정해 혼란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침에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과 겹치는 내용이 많다.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 저출산, 양극화 완화 등 재정당국이 대선후보 공약의 공통분모를 추려 4대 핵심과제로 꼽았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정책 현안이지만 양극화 완화는 참여정부 이후 11년 만에 재등장했다는 점에서 특정 정파 줄서기라는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양극화와 4차 산업혁명을 예산안 중점 분야로 짚은 건 옳은 방향이다. 특히 청년실업, 저출산, 노사 문제 등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숱한 갈등의 기저에 양극화가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소득 상위 1%가 국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로 사상 최고치다. 상위 10%의 소득도 48.5%에 이른다. 세계 주요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아직 선출되지 않은 잠재적 대권주자에게 편향된 예산편성은 문제가 많다. 대선 주자들이 재원대책 없는 청년수당, 기본소득, 일자리 공약 등을 쏟아내고 있어 더욱 그렇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 공약이 실현되려면 천문학적 혈세가 들어가야 한다. 국정 공백기를 틈타 각 부처에 코드 맞추기식 예산 요구를 부추길 우려도 크다. 이렇게 되면 중복 과잉예산을 피할 길이 없다.

내년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5%가량 늘어난 4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내수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 예산이 경기부양의 마중물이 되고, 취약계층에 디딤돌이 되도록 필요한 곳에 적절히 투입돼야 한다.


포퓰리즘 공약은 재앙이 돼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대선 주자들은 이번 예산지침을 계기로 자신의 공약이 현 재정 수준에서 실현 가능한지 다시 검토하길 바란다.
재정당국과 각 부처도 줄서기 예산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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