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사이버 닌자'의 나라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9 17:12

수정 2017.03.29 17:12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29일 페이스북에 "사회의 영혼을 혼탁하게 하는 일"이라며 사진 2장을 공개했다. 내부고발자가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것이라는, 조직적 악성댓글과 '문자폭탄'을 지시하는 캡처 화면이었다. 대선주자인 안희정 캠프 의원특보단장인 그는 이를 "적폐청산 2호"라며 문재인 후보 캠프를 은근히 겨냥했다.

박 단장이 딴에는 분개할 만했다. 캡처된 모바일 그룹 채팅 글엔 "당에서 기어나가라고 한마디씩 합시다"라며 비속어를 곁들인 문자폭탄 주문이 담겨 있었다. 박 단장의 전화번호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한 이종걸 의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다.


필자는 문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문자폭탄을 독려한다고 믿진 않는다. 아마 당 안팎의 이른바 '문빠'들의 '자발적 복무'의 산물일 듯싶다. 크고 작은 진영논리의 포로가 된 인사들의 이런 행태는 정치권 전반에 만연한다고 봐야 한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경남지사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사 밑 댓글을 읽지 않는다고 했겠나. "댓글 중 상당수가 반대 진영에서 조직적으로 올리는 것"이라며….

몇 년 전 국내 한 작가는 토론의 장으로서 사이버 공간의 타락상을 이렇게 개탄했다. "오프라인 시절의 토론수업 교양과정을 훌쩍 월반해 최소한 게임의 룰조차 실종된 흑색선전과 편가르기와 극단적 주의.주장의 거점이 됐다"고. 물론 이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인터넷판 댓글 제도를 한때 없앤 적도 있었다. 절제 없는 의견은 시민여론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문제는 저주의 문자를 날리거나 배설물에 가까운 댓글을 다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서 유달리 강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2012년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단다. 이러다간 익명의 그늘에 숨어 정적이나 반대 의견을 저격하는 '사이버 닌자'들의 나라가 될까 걱정스럽다.


그래서 '익명성 숭배주의'의 폐해를 말한 강준만 교수(전북대)의 문제 제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즉 "악플의 표현의 자유엔 너그러우면서 그로 인해(지식인의 자기 검열을 초래해) 박탈되는 다른 표현의 자유에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라는.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