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최태원 회장의 ‘통큰 베팅'.. 하이닉스 신화’ 또한번 쓴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9 17:48

수정 2017.03.29 22:01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전 참여.. 건국 이래 최대규모 해외 M&A
일본  FI와 컨소시엄 구성.. SK 투자규모 10조원 수준
최태원 회장 출국금지로 박정호 SKT 사장이 주도
SK, 도시바 인수 성공하면 낸드플래시 시장 ‘세계 2위’
SK가 세계 2위의 낸드 메모리 회사인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를 추진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는 하이닉스 인수 신화를 재현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시장이 슈퍼사이클(장기호황기)에 진입하면서 한국, 미국, 중국 등이 도시바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이는 가운데 건국 이래 최대 해외 인수합병(M&A)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인수전을 진두지휘해야 할 최 회장이 출국금지와 검찰 수사에 장기간 발이 묶이면서 SK로서는 불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회장의 ‘통큰 베팅'.. 하이닉스 신화’ 또한번 쓴다
29일 재계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인수를 위해 일본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조원 이상의 '판돈'이 걸린 사상 최대 규모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건은 현재 출금 상태인 최 회장을 대신해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박 사장은 최 회장이 그룹 내에서 가장 신임하는 M&A 전문가로 통한다. 과거 하이닉스 인수도 당시 SK텔레콤의 투자사업을 담당하던 박 사장이 최 회장의 지시를 받아 주도했다.
지난해 박 사장은 SK하이닉스 등기이사를 맡았다. 올해는 SK텔레콤 사장과 SK하이닉스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 중이다.

최 회장은 이번 도시바 인수를 제2의 하이닉스 성공신화로 만들려는 의지가 매우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직접 투자 규모를 10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SK 한 관계자는 "올해 SK텔레콤 사령탑을 맡은 박 사장은 최 회장의 복심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라며 "최 회장이 자신을 대신해 인수전을 맡길 만큼 박 사장에 대한 신뢰는 아주 깊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예비입찰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훙하이, TSMC, 칭화유니그룹 등 10여곳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 중화권 업체에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한국과도 정치적 대립 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M&A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 최대 메모리 생산기지인 요카이치 공장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부문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 요카이치 공장도 정리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2015년 웨스턴디지털 인수를 추진했던 중국 칭화유니그룹도 1500억위안(약 24조원)의 자금을 중국개발은행과 국영 반도체펀드로부터 조달, 막강한 자금력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로서는 2011년 당시 적자기업이던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한 최 회장의 경영판단과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해 4.4분기 낸드 시장점유율 18.3%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다. 5위인 SK하이닉스가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낸드 시장 2위로 뛰어올라 삼성전자와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최 회장이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가 최근 5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16조원이 넘는 만큼 도시바 인수 이후 10년간 경제효과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최 회장은 니시다 아쓰토시 전 도시바 총괄사장과도 보아오포럼 등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일본 D램 반도체 기업인 엘피다 인수전 당시에도 도시바가 SK하이닉스에 공동인수를 제안하는 등 양사 관계가 우호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 회장이 도시바 등 일본 정·재계 인사와 쌓은 친분을 적극 활용해야 할 적기지만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김경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