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Golf is Life] '출전횟수 제한' 골프 꿈나무.. 선택지는 선별적 출전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29 20:16

수정 2017.03.29 22:36

‘정유라 입시 비리’ 골프계 강타
기초학력 이수 확인돼야 전국대회 출전 가능해져
학습권 강화 환영하지만 골프의 특수성은 외면돼
주말대회 활성화 대책 시급
'정유라 입시 비리' 불똥이 골프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동안 제한이 없었던 출전 대회수를 교육부가 제한하고 나선 것이 원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체육회 산하 53개 단체에 '수업을 하고 운동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다시말해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규수업 이수 의무화 및 최저 학력제 적용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학생 선수 전국대회 참가 학교장 확인서' 도입 지침을 각 종목 경기단체에 전달한 것. 학교장 확인서는 해당 학교의 운동선수가 전국대회에 참가한 횟수, 최저학력 기준 도달 여부,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증명서다. 초.중.고교 선수가 대상이다. 대회 출전시 이 확인서는 의무적으로 해당 경기단체에 제출돼야 한다.
만약 제출하지 않으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2017년학년도부터 이 지침이 적용되면서 학생 선수와 학부모, 그리고 골프 관련 단체들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주니어골프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교육부가 출전 횟수를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해 선수들이 선별적으로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주니어 골프의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주니어골프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교육부가 출전 횟수를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해 선수들이 선별적으로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주니어 골프의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선수들은 골프장에서 연습이 아닌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만 한다. 게다가 교육부가 과도한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전국대회 출전 횟수를 학기중 2~4개로 제한했기 때문에 교실에 있는 날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주니어 골프 선수들은 학기중에 대한골프협회(KGA), 중고골프연맹, 초등골프연맹 등이 주최한 전국단위 대회에 3차례만 출전할 수 있다. 방학 기간을 합치면 최대 5개까지도 출전이 가능하지만 꾸준히 경기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골프 특성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교육의 문제점은 누차 지적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돌려 준다는 이번 조치는 일견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골프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획일적 기준 적용'이라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중에서는 아예 골프를 그만 시키겠다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해외로 조기 골프 유학을 보낸 학부모도 속출하고 있다. 국가대표 여자 선수를 둔 한 학부모는 "세계 최강인 한국 여자 골프가 이번 지침으로 후진 양성에 실패하면서 그 자리를 내놓아야할 위기에 처해졌다"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책의 일관성, 형평성은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의 특수성을 얘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종목은 규격화된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골프는 골프장에서만 경기가 가능하다. 게다가 기후, 벙커, 해저드, OB구역 등 다양한 변수가 항존한다. 다른 종목은 야간에도 경기가 가능하지만 골프는 불가능하다. 수업 일수와 관계없이 주말리그가 이미 보편화된 축구 등 여타 구기 종목과 달리 골프는 주말에 경기를 하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프로 대회도 아닌 주니어 대회에 골프장이 영업 손실을 감수한 채 코스를 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이번 지침이 마련 된 것에 대해 대다수 골프인들은 유감이라는 반응이다.

대한골프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출전 횟수 완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부 방침은 요지부동이다. 대한골프협회 한 관계자는 "횟수 완화가 불가능하면 골프는 대회 참가 일수로 정해줄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4일 경기에서 예선 하루만 뛰고 탈락해도 출전 횟수로 간주되는 불공정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지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자는 견해가 팽배하다. 교육부 지침은 전국대회 출전 횟수만 제한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시.도 단체가 주관하는 대회는 출전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고연맹, 초등연맹이 주관하는 대회 수를 대폭 줄이고 시.도 단체가 주관하는 대회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 다시말해 시.도 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친 다음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전국 대회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유망주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구미 골프 선진국들이 택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주말에 열리는 대회는 출전 횟수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말은 수업 일수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회 개최를 위해 주말에 골프장을 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출전 선수 수가 많지 않은 대회는 시.도 골프협회와 골프장의 협력하에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골프 종목에서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이른바 '주말리그'가 정착될 수 있다.


이제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박인비(29.KB금융그룹)의 리우 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 그동안 골프는 국위선양과 국격을 높여온 ' 효자종목'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다.
교육부가 골프계가 제시한 해법에 묵묵부답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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