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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악플'도 적폐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30 17:25

수정 2017.03.30 17:25

[여의나루] '악플'도 적폐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래서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으로도 마찬가지다. 올리는 글이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장미대선을 앞두고 대선정국이 본격화된 상황을 지켜보면 우리 사회는 위와 같은 기본과 상식이 위험한 수준으로 무너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이러한 현실에 매우 무감각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최근 언론과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 중에 '부역자(附逆者)'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비판할 때 부역자라는 말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부역자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살펴보면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협조하거나 6.25전쟁때 북한에 협조한 사람을 지칭할 때 부역자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매우 치욕적이고 분노감을 유발하는 모욕적인 표현인데, 이러한 표현이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너무나 쉽게 상대방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부역자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까지 상대방을 비난할 필요가 있을까. 무슨 정권에 협조 내지 관여한 인물이라는 표현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심지어 대권후보들에 대해서도 모욕적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댓글과 SNS 글들을 보면 문재인 후보를 문죄인으로, 이재명 후보를 이죄명으로 표시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만 이러한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서울의 모 구청장은 '놈현.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이라는 제목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죄인처럼 조롱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특정 후보에 대해 비판할 점이 있다면 그 내용을 쓰면 충분하지 이들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해 조롱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의견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고, 이로 인해 대화와 토론이 이뤄지게 된다. 진솔한 대화와 토론을 하다 보면 서로간에 차이점을 좁힐 수 없는 지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더 이상 차이점을 좁힐 수 없다면 차이가 나는 지점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세이며,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 때문에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악플을 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비단 정치 분야 이외에도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악플과 모욕 및 명예훼손 행위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해 너무 무감각하고 지나치게 관대해 왔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우리 사회와 국가의 품격 관리를 소홀히 해온 것이다. 또한 악플과 모욕 및 명예훼손은 타인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준다. 유명 연예인이 악플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거나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비단 연예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대한변협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선플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성숙한 자세로 대화와 토론을 하고, 선플을 통해 상대에게 기쁨을 주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적폐를 청산하자는 구호가 나오고 있는데, 비단 정치.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악플 문화도 적폐로 인식하고 이를 청산했으면 좋겠다.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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