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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S급 인재가 B급 되는 한심한 공직사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30 17:25

수정 2017.03.30 17:25

이근면 전 처장 난맥상 비판.. 공직 인사 적폐부터 손봐야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공무원 인사시스템의 난맥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인사혁신처를 20개월간 이끌면서 공직사회에 대해 보고 느낀 점을 술회한 회고록 '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에서다. 이 전 처장은 책에서 "공무원 조직에는 적임자를 배치하는 인사관리 개념 자체가 없어 승진 연한에 맞춰 돌아가며 자리를 맡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 한국 공무원 사회가 'S급 인재'를 뽑아 'B급'으로 만드는 것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에서 인사업무만 30년 넘게 맡았던 최고의 전문가가 무사안일의 공직사회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신설된 인사혁신처의 초대 수장을 맡아 2014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일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듯이 어느 조직이든 인재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공무원의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요즘 민간기업은 능력주의 인사를 한다. 하지만 이 전 처장이 보기에 공무원 조직에서 능력주의, 성과주의는 남의 일이다. 그는 "정부부처는 부서별, 직급별로 정원(TO)이 엄격히 정해져 있어 승진하면 다른 자리로 옮겨야 한다"며 경직된 조직운용을 비판했다. 그는 또 "중앙부처 실.국장급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1개월에 불과하다"며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게 하는 순환보직 인사도 꼬집었다.

이 전 처장은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는 공직사회의 폐쇄성도 질타했다. 그는 개방형 직위 공모를 할 때면 타 부처 장관으로부터 자기 부처 출신 공무원을 임용시켜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1999년에 도입된 개방형 직위의 비중은 정부 전체 국.과장급 직위 중 11.6%(442개)에 불과하고 실제 민간인이 임용된 직위는 2.9%(111개)에 그치고 있다.

부처 간의 영역 다툼과 '칸막이'는 고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공무원노조 관리 같은 골치 아픈 업무는 고용노동부와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가 서로 최소한의 일만 하려 떠밀고 성과가 나는 '좋은 업무'는 서로 맡으려해 중복과 비효율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이를 '강 건너 불'로 여긴다는 것이 이 전 처장의 지적이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수많은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거나 정치권에 줄대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수십년간 쌓아온 공직사회의 '인사적폐'가 눈치보는 공무원, 정치공무원을 낳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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