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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삼성바이오 감리.. 회계도 정치바람 타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30 17:25

수정 2017.03.30 22:25

상장 5개월도 안 됐는데 유망기업 들들 볶아서야
금융감독원이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특별감리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11월에 상장했다. 그로부터 채 다섯달도 안 돼 특별감리 대상이 됐다. 이례적이다. 그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이 있긴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다. 연초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 회사가 상장 1년 전인 2015년 기업가치를 뻥튀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우려 그랬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을 구속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대선이 코앞이다. 금융감독 당국으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가 들통난 뒤 회계 투명성을 보는 눈이 날카로워졌다. 바로 지난주 증선위는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1년 업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대우조선 관계자들은 분식회계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이런 마당에 금융감독 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을 묻어두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가장 냉정해야 할 회계시장마저 정치바람을 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최순실 게이트 한복판에서 이뤄졌다. 상장 열흘 전 검찰은 최순실씨를 소환조사했고, 상장 사흘 뒤엔 이재용 부회장을 불러 다그쳤다. 당시 언론은 연일 최순실.이재용.박근혜 3자 간 연결 의혹을 보도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당히 상장에 성공했다.

이후 주가 흐름도 순조롭다. 12만원대이던 주가는 17만원대로 올라섰다. 시가총액(약 11조7000억원)은 코스피 25위에 해당한다. 오는 6월엔 코스피200 지수에 들어가리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사고 싶어할까. 그만큼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이른바 '테슬라 요건'을 만들어 적자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코스피에 상장시켰다. 이는 미국 나스닥이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적자 상태에서 상장시킨 것을 본뜬 것이다.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원래 나스닥 상장을 꿈꿨다. 그러다 거래소가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바람에 코스피를 선택했다. 지금은 나스닥 포기 결정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한국은 첨단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강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는다.
행여 정치바람에 휩싸여 스스로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쪼그라들어서도 안 된다.
장차 유망 벤처들이 IPO 때 말 많고 탈 많은 코스피.코스닥을 버리고 나스닥으로 빠져나갈까봐 걱정돼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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