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업인들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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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calm and carry on(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지난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게시한 포스터 문구다. 당시 독일군의 공습에 동요한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한 기발한 문구다. 영국은 3년여간 독일 전투기의 폭격을 받았다. 그러나 영국 국민들은 이 문구를 되새기면서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 같은 영국인들의 침착함과 냉정함은 2차 대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어쩌면 '대통령 파면'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은 우리 국민들에게 절실한 문구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9월께 일명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최씨의 태블릿PC가 세상에 공개된 게 결정적이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통해 파면을 당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6개월여간 지속된 최순실 게이트는 국정마비와 국론분열을 초래했다. 국민들은 하루하루 불안감에 휩싸였다. 정치권은 혼란 극복의 리더십을 보이기는커녕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였다.

설상가상이랄까. 우리나라가 리더십 공백에 빠진 사이 중국은 사드보복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인의 한국방문이 전면 중단됐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줄줄이 관세폭탄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본과의 외교관계도 꼬여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한 항의조치로 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소환했다.

우리 경제도 적색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통계 기준 지난해 말 가계빚은 1344조3000억원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어둡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2.8% 보다 0.3%포인트 낮은 규모다. 국민소득은 10년이 지나도록 3만달러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딜 둘러봐도 사면초가다. 그나마 한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는 기업이다. 국내 기업들은 정치적 혼란과 불경기 속에서도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선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기업을 뒤흔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질을 벗어나 대기업 심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전반에서 뜨거워진 반기업정서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기업은 '정권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을 뿐'이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헌법재판소도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해 최서원(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뇌물이 아닌 강요죄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근거 없는 마녀사냥식 대기업 때리기나 무제한적 대기업 총수의 손발 묶기는 경제적 손실만을 초래할 뿐이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이럴 때 정치권과 국민은 평정심을 찾아야 하고, 기업인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