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근시안적 정부 조직개편 안된다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31 17:20

수정 2017.03.31 17:36

[여의도에서] 근시안적 정부 조직개편 안된다

"정부 조직개편은 효율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고 부처가 안정화되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최근 사석에서 한 정부 고위관리가 말한 이 대목이 앞으로 차기 정부가 지향하는 정부 조직개편의 시금석이다. 대선 바람을 타고 정부 조직개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없어지고 합쳐지고 축소되는 부처의 합종연횡은 이번에도 불보듯 뻔하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조직개편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피로감 때문이다.

벌써부터 각 정당 산하 연구소나 학계는 물밑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한창이다.
정부 조직개편에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끌어갈 전략적 목표나 지향점은 없고 5년 안에 단기 승부를 보려는 조급증만 난무할 조짐이다. 10년 이상의 장기 지속가능한 국가전략이나 어젠다 등은 당최 보이질 않는다.

더욱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는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조직개편에 따른 임기 초반의 중요한 1년을 그냥 허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조직개편 축소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조직개편은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기능 재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권 초기 과도한 조직개편에 따른 개혁 동력을 잃을지 몰라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조직개편 포럼을 열었다. 주목되는 것은 세월호 인양에 따른 국민안전처 기능을 놓고 다양한 방안이 제기됐지만 핵심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시각에서 탈피하지 못한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국민안전처의 기능을 '부'로 승격해 안전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만 여기에 '안전과 자치'를 합치자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명목상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방 통제가 안된다는 이유로 행정자치부의 자치 기능을 합친다는 것은 여전히 지방을 중앙이 컨트롤하겠다는 욕심이다. 이런 방안은 자치분권 시대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그렇게 안전이 걱정된다면 지방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중앙정부와 유기적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낫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입장과도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 조직개편에서 이런 기능적 재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부라는 대전제에서 이제라도 가칭 '국가전략위원회'를 빨리 만드는 일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장 임기는 10년을 보장해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장기적 전략 구상을 하는 게 필수다. 중국의 경우 최근 지하자원이 풍부한 신장을 비롯한 서북부지역은 당분간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지하자원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자원이라는 판단에서다. 국가를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에 대한 전략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처방이다.

인사방향도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아닌 적소적재(適所適材)에 맞춰야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해당 직위에 적합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조직개편 성공의 열쇠다. 무엇보다 지나친 전문가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들이 설계한 조직개편은 대개 현실성이 결여된 측면이 많아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사회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