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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극장가에 부는 할리우드 ‘女풍’…韓 영화는 ‘男男’이 강세

입력 2017.04.01 17:24수정 2017.04.01 17:24
3월이 극장가의 비수기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프리즌’, ‘미녀와 야수’ 등 각양각색 장르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그 속에서 뚜렷한 양분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외화들은 모두 여성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반면에, 한국 영화는 압도적으로 남성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다.

◆ 미녀, 과학자, 미래 전사로 분한 할리우드 女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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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이후 연일 신기록을 세워가고 있는 디즈니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는 저주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가 벨(엠마 왓슨 분)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만화 ‘미녀와 야수’를 원작을 실사화했다. ‘프리즌’의 등장 이전까지, 박스오피스 ‘1위길’만 걸으며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미녀와 야수’는 31일, 관객수 350만을 돌파했다.

음악, 황홀한 동화적 연출 등 인기 요인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 으뜸은 주인공인 엠마 왓슨의 공이 크다. 당당하고 진취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는 벨의 모습에 관객들은 매료됐다. 특히, 코르셋을 입지 않는다든지 여성적 헤어스타일에서 벗어난다든지 등 제작 과정에서 엠마 왓슨이 직접 참여한 캐릭터 변주는 더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엠마 왓슨이 단단한 주체성 속에서 사랑을 노래했다면, 이 언니들은 천재적인 능력으로 NASA를 압도한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잔잔한 저력을 발산하고 있는 영화 ‘히든 피겨스’에는 세 명의 흑인 여성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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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기 개봉 영화 중 상영관수 열세와 열악한 상영 회차 분배에도 불구하고 장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NASA 프로젝트의 숨겨진 천재들의 실화를 다뤘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지닌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분)과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분), 그리고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로 이름을 올린 메리 잭슨(자넬 모네 분)까지, 자신들이 지닌 뛰어난 능력으로 차별에 저항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전율을 일으키며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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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에 개봉해 박스오피스 3위로 훌쩍 뛰어 오른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스칼렛 요한슨이 원톱으로 활약한다. 엘리트 특수부대를 이끄는 리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분)가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을 쫓던 중 잊었던 자신의 과거와 존재에 의심을 품게 된 후 펼치는 활약을 담은 SF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으로, 스칼렛 요한슨이 ‘어벤저스’ 및 ‘캡틴아메리카’ 시리즈의 블랙 위도우 이후 또 다시 선보일 강렬한 액션에 국내 관객들 역시 환호했다.

특히, 블랙 제복을 착용하거나 화려한 오토바이 액션 등 당당하고 파워풀한 행동들을 이어가는 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은 무게 있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여성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 또다시 범죄액션?…죄수와 사기꾼, ‘보통사람’까지 韓 남배우의 극강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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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현재 박스오피스에 올라와 있는 한국 영화는 여성 주인공이 활약하고 있는 외화의 흐름과는 정반대다.

‘미녀와 야수’와 박스오피스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범죄액션영화 ‘프리즌’은 완벽히 남자들의 영화다.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범죄 액션 영화로, 공식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며 청불 영화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석규와 김래원이 필두로 나선 이 작품에는 단 한 명의 여성 배우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지만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조재윤, 신성록, 정웅인, 한주완 등 같은 교도소 안에 머무는 남자 죄수들이 함께할 뿐이다.

임시완과 진구의 합이 돋보이는 ‘원라인’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 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 분)을 만나 모든 것을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짜릿한 예측불허 범죄 오락 영화로, 박병은과 이동휘까지 주축으로 극이 전개된다.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범죄오락액션영화가 남성 배우들의 전유물인 듯한 이러한 개봉 양상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보통사람’도 역시, 남성 배우 투톱이다. 손현주와 장혁 주연의 ‘보통사람’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평범하게 살아가던 형사 성진(손현주 분)이 안기부 실장 최규남(장혁 분)을 만나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내며 그 시절 기억의 환기와 먹먹한 울림을 선사한다.

김민희가 지키고 있는 스크린 속 여배우의 자리, 그리고 월드스타 김윤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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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작이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다 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가 온전하게 극을 이끌어간다. 잘나가던 여배우 영희(김민희 분)가 유부남 감독과의 스캔들로 인해 홀로 독일로 떠난 뒤 고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개봉 일주일도 채 안 되어서, 3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사생활 논란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연기로 홀로 극을 지배한다고 해도 무방한 김민희의 연기도 흥행에 있어서 한 몫을 했다. 특히, 극 중 영희 캐릭터는 홍 감독의 이전 작품 속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주체적인 관념과 발전적 저항을 펼치는 여성 캐릭터로 영화 팬들의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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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름만으로도 아우라를 내비치는 배우 김윤진이 출격 준비 중이다. 4월 5일 개봉을 앞둔 ‘시간위의 집’은 집안에서 발생한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 미희(김윤진 분)가 25년의 수감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으로, 김윤진 원톱에 가깝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막강한 배우로 거듭난 김윤진이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복귀작인 만큼 개봉 전부터 대중들의 기대감을 잔뜩 모으고 있는 상태다.

특히, 김윤진은 누구도 믿지 않은 채 홀로 그날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60대 미희부터 과거의 엄마의 모습을 갖춘 젊은 미희까지 상반된 두 모습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10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순전히 ‘김윤진의, 김윤진에 의한, 김윤진을 위한’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그녀의 존재감은 불가항력적이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