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리진 말자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3 17:14

수정 2017.04.03 17:14

[특별기고]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리진 말자

요즘 아침 신문을 펼치면 미국 금리인상, 중국 사드보복, 내수경기 장기침체 등 우울한 기사가 가득하다. 필자같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정도는 더 심각하다.

주변 중소기업 사장들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중국으로 수출 예정이던 계약이 취소돼 창고에는 제품이 수북이 쌓여 있고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환차손은 심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해외발 악재로 인해 기업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치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중소기업이 중요하니 중소기업청장을 장관급으로 확대해 '중소기업부'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나마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과거 선거철마다 했던 말이라 새롭진 않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정부기관은 아직도 20년 넘게 '청' 단위 기관이다. 게다가 산업부의 외청이다. 대기업 눈치만 보는 우리네와 다를 게 없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또 이러다 흐지부지 되겠지'하는 자조 섞인 말도 한다.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니 속는 셈치고 이번에도 지켜볼 뿐이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청 조직이 기관의 위상이 낮다 보니 아무래도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차기 정부는 이런 면에서 중소기업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난립된 중소기업 지원예산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중소기업부가 된다고 어려운 중소기업이 곧바로 살아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각종 정책과 관심이 지속적으로 표면화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중소기업들은 좀 더 일할 맛이 날 것이다.

얼마 전 지인 자녀가 수차례 대기업에 원서를 내다가 잘 안돼서 결국 고민 끝에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고 들었다. 창피해서 취직했다는 사실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단다. 이게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은 인력, 자금, 마케팅 등 모든 게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다. 우리는 적어도 힘든 얘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줄 친구가 필요하다. 그나마 중소기업청은 아쉽지만 그런 친구였고, 힘들 때 비빌 언덕이었다. 그런데 요즘 은근슬쩍 중소기업이 중요하니 산업부와 통합해 중소기업부를 만들겠다는 말이 나온다. 평소에 날 잘 알지도 못하고 가끔 다른 애 편도 들던 아이를 데려다 무작정 '나보고 친구하라'는 말과 같다.
호랑이 그린답시고 고양이나 강아지를 그리는 격이 아닐까.

이번에는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철학을 가진, 정말 우리 편인, 산업부로부터 독립된 전담조직을 만들었으면 싶다.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우리 회사 신입사원들이 주변사람들에게 당당히 취직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 본다.


구연찬 장암칼스㈜ 대표 글로벌 CEO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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