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갈 길 잃은 교과서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3 17:19

수정 2017.04.03 17:19

[기자수첩] 갈 길 잃은 교과서

'교과서 같다'는 말은 칭찬에 가까울 때가 많다.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아주 정확하거나 어디서든 본이 될 만큼 모범적일 때 사용한다. 혹여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쓴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융통성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지나치게 원리원칙을 따를 때다. 모두 넓은 의미에서 '옳다'는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셈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교과서의 상징에 의문이 들곤 한다. 교과서에 학문이나 교육이 아닌 다른 목적이 개입되면서부터다.
얼마 전 교육계에서 가장 논란이 된 이슈 중 하나는 단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였다. 국정교과서에서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되고 정치권과 역사학계 반대도 이어지면서 결국 국검정 혼용 체제로 정책이 바뀌긴 했으나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논란의 핵심은 국정교과서가 객관적으로 올바른지 여부다. 역사를 모두 사실 그대로 기록했고 학자들이 인정하는 중요도에 따라 서술 비중을 다뤘는지가 그것이다. 집필진에 따라 역사학자의 주관이 다소 다른 비중으로 포함돼서는 안되는 국정교과서인 만큼 '교과서 같은' 철두철미한 객관성은 더욱 중요한 잣대가 됐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는 정부 입맛에 맞춘 교과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국내에서 국정교과서 문제가 이렇게 일단락될 즈음 최근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 문제가 논란이다.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기술한 교과서를 검정통과시켰고 1주일 뒤 일본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서도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일본에서 발견된 역사자료에서조차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독도 기술을 왜곡하면서 일본 역사교과서는 객관성을 잃어버렸다. 일본의 이런 교과서 왜곡에 교육부는 즉각 시정을 촉구했고, 그런 교육부 발표를 보도한 기사에는 안타깝게도 '국정교과서 폐기부터 해라'는 씁쓸한 댓글이 여럿 달렸다.

교과서가 더 이상 교과서적이지 않을 때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다음달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교육부에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권에 휘둘리는 교육정책에 지친 사람들에게서 나온 자구책일 것이다.
교과서를 포함해 너무 많은 교육 문제가 교육 외의 것들에 흔들리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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