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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케이뱅크 돌풍, 족쇄 풀면 태풍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4 17:24

수정 2017.04.04 17:24

[fn논단] 케이뱅크 돌풍, 족쇄 풀면 태풍

"한국의 은행 영업점들은 앞으로 1~2년 뒤면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금융분야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뱅크3.0' '증강현실'의 저자인 브렛 킹이 최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13년 '뱅크3.0'에서 "뱅킹(banking)은 더 이상 은행이라는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지난 3일 첫발을 뗀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문을 연지 이틀만에 수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16개 시중은행의 비대면 계좌 개설이 한달 다 합해봐야 1만2000건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은행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번거로움 없이 PC와 스마트폰, 인터넷만 있으면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편리함이 반영된 것이다. 케이뱅크는 지점이 없어 인력도 1만명이 넘는 시중은행의 1∼2% 수준이다. 비용을 줄여 대출금리는 낮게, 예.적금 금리는 높게 준다.

성공이란 판단을 내리긴 섣부르지만 케이뱅크가 연착륙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인터넷의 속성 중 하나는 쏠림현상이다. 콘텐츠나 플랫폼이 인기를 끌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고객이 늘어난다. 은행권도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인터넷은행으로 고객이 몰리면 그만큼 기존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구태에 빠진 은행권에 확실한 메기효과다.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의 출범은 선진국에 비해 20년은 늦었다. 알리바바 등을 앞세운 중국에도 뒤졌다. 2000년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케케묵은 규제로 다투다 십수년을 허송세월했다. 정보기술(IT) 강국이 핀테크(금융+기술) 후진국으로 전락한 이유다. 한국 금융경쟁력 순위(80위)가 2년째 아프리카 우간다(77위)보다 낮다는 세계경제포럼(WEF) 통계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인터넷은행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10%(의결권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한 은산분리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한도를 50%까지 늘려주는 개정안은 국회에서 먼지만 쌓인다. 국회가 번번이 딴지를 걸어서다. 기업의 사금고화를 막자는 취지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더군다나 인터넷은행의 주고객은 제도권에서 밀려난 서민층과 소상공인이 아닌가.

인터넷은행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진짜 메기 역할을 하려면 은산분리 족쇄부터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벌써 초기자본금 25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썼다. 재무건전성을 지키면서 원활한 대출영업을 하려면 자본금이 더 필요하지만 규제에 막혔다.
문재인, 안철수 유력 대선후보들도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실천은 안 된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멍청한(dumb)' 경제가 될 것"이라는 브렛 킹의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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