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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국내 배터리업계 '차이나포비아'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4 19:39

수정 2017.04.04 22:32

[현장클릭] 국내 배터리업계 '차이나포비아'

국산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차이나포비아(중국공포)'에 하염없이 시달리고 있다.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를 보면 과언이 아니다. 국내 3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중국의 무차별적 무역규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중국은 지난 2015년 말 발생한 전기버스 폭발사건 이후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삼원계 배터리는 삼성SDI, LG화학 등 국산 업체들이 채택한 기술이다. 중국이 사고가 난 배터리가 한국산이 아닌데도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 강력한 규제조치를 내놓자 업계에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력인 중국 업체들을 보호하려는 꼼수"라는 불평이 터져나왔다.
지난해 5월 중국은 더 강력한 차별 규제를 내놨다. 바로 전기차 배터리 규범인증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대상을 중국내 생산능력이 연간 8GW급 이상인 기업만으로 제한한 것이다. 중국 생산기지 규모가 1~3GW 수준인 국산 3사는 당연히 보조금 대상에서 누락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규범인증은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대상이다. 하지만 기준에 미달된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차값의 절반인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BYD 등 일부 중국 업체들만 수혜를 입고 있다"고 답답해했다.업계에선 그나마 자국기업들도 피해를 입으면서 중국 정부가 향후 발표할 5차 인증에서는 기준을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불평등 조치로 국산 업체들은 사실상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잠정중단한 상태다.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적자폭도 커졌다. 중국 배터리 사업이 수준 이하의 무역규제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공개적인 항변은 꿈도 못꾼다.
자칫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괘씸죄'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오죽하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배터리 사업 문제에 대해 "중국 이슈와 관련해 나름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지만 자세히 말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누누이 강조할 정도였다.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수출업계의 비애인 셈.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우리 정부에 대한 배터리 업계의 원망도 깊어지고 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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