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브렉시트 협상, 예의주시해야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5 17:26

수정 2017.04.05 22:40

[차장칼럼] 브렉시트 협상, 예의주시해야

"가장 친한 친구이며 이웃으로서 깊고도 특별한 협력관계(deep and special partnership)를 향유해 나가야 할것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본격 이혼절차를 밟으면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에게 보낸 서한이 공개됐다. 이 편지는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앞으로 2년간 벌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요구서의 초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같은 날 투스크 상임의장도 협상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는데 양측의 협상 방향이 판이하게 달라 첫단추조차 쉽게 끼워지지 않는 모양새다.

메이 총리는 서한을 통해 탈퇴협상과 무역협상을 병행하길 원하고 있다. 탈퇴 후 영국이 유럽 단일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자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EU가 협상 초안에서 영국의 요구를 원천 차단하면서 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투스크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탈퇴와 관련된 '충분한 절차(sufficient process)'를 거친 다음에야 무역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충분한 절차'에 대한 정의도 명확했다. EU 27개국이 동의해야만 이혼절차가 마무리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무역협상을 병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양측이 팽팽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까닭은 브렉시트 이후 겪게 될 시장변화 때문이다. 2년 후 영국이 EU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경우 프랑스, 그리스 등도 줄줄이 탈퇴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EU가 고압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서는 이유다.

과연 영국은 EU와 헤어지면서 효과적으로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인가. 43년 된 부부의 갈라서기가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모간스탠리 등 영국에 사무소를 둔 외국 기업들의 경우 유럽으로 사무실 이전을 검토 중이다. 영국에 기반한 사무소가 유럽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유럽 2000만개 기업을 대변하는 40개의 EU기업 로비단체는 메이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충실하게 협상에 임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더 바짝 긴장해야 할 쪽은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다. KOTRA 런던무역관에 따르면 영국에 있는 국내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기업의 79%가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을 마련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4%로, 이들은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이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파운드화 변동의 충격파를 효과적으로 회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브렉시트 협상을 면밀히 관전해야 하는 이유다. ksh@fnnews.com 김성환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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