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톡] 중국 짝퉁시장의 역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6 17:25

수정 2017.04.06 17:25

베이징 최대 짝퉁시장 '슈수이제'
베이징 최대 짝퉁시장 '슈수이제'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지난 4일 방문한 중국의 대표적 짝퉁시장인 베이징의 슈수이제(秀水街)는 관광객들로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중국 짝퉁시장은 중국 정부의 대대적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짝퉁쇼핑에 나선 5명의 단체관광객들은 유명 브랜드로 둔갑한 가짜 핸드백, 지갑, 벨트 등을 구입한 뒤 서로 구입가격을 놓고 이야기 중이었다. 매장 직원이 500위안을 부른 지갑을 흥정 끝에 200위안에 구입한 관광객의 흥정에 이목이 쏠렸다.

이처럼 중국을 방문할 때면 어김없이 재미 삼아 짝퉁 구입을 하는 게 관광객들의 일반코스가 됐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짝퉁 천국'이라는 주홍글씨를 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짝퉁과의 전쟁에서 이런 중국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최근 양회 대표들에게 시나웨이보를 통해 짝퉁 제조상들을 적발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글을 보냈다. 중국에서 매년 3월 열리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에 이례적으로 짝퉁에 대한 이슈를 띄운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온라인몰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에서 짝퉁 물건이 지속적으로 거래된 게 문제가 됐다. 마윈 회장은 자사 온라인쇼핑몰에서 모조품을 판매한 업체 단속을 강화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내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로 남으면 짝퉁을 계속 허용할 수 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짝퉁 거래를 떨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짝퉁제품 근절이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경제성장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짝퉁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짝퉁은 주로 명품 의류와 핸드백, 시계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불법 모조품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휴대폰, 기계부품 등 제조업 분야 제품뿐만 아니라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전반으로 무한하다. 선진국 히트작 베끼기를 통해 저가마케팅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게 일반 액세서리 짝퉁보다 더 무섭다.

중국 정부의 짝퉁 단속은 바로 이 같은 지점에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짝통 단속의 칼날이 명품 핸드백을 넘어 일반 제조 서비스업까지 겨누느냐가 관건이다.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짝퉁 근절이 시급하지만 지식재산권 문제 전반을 손볼 경우 중국 경제성장에 미칠 파급효과도 일부 감내해야 한다.
자유무역주의의 선봉에 서겠다고 공언한 중국이 다른 국가와 기업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최대 관문이 바로 '짝퉁 근절'인 셈이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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