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4대 사회보험에도 소비자 선택권 줘야

한국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4대보험이 잘 정착된 나라다. 단 한 명을 고용해도 사업주는 국민연금, 건강, 산재, 고용 등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운영주체는 다르지만 통합된 포털을 통해 가입과 탈퇴가 하나의 창구를 통해 이뤄지는 편의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공공법인에 의해 독점 운영되고 있고 많은 사람이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경쟁을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문제는 4대 사회보험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현재 삼성그룹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 건으로 논란이 되고 형사적 문제까지 제기된 국민연금의 운용자산 규모 증가는 자칫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2년쯤 전 정치권을 달궜던 연금의 소득대체율 문제도 마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소비자(연금가입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말하지만,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한 결국 자기가 낸 돈을 자기가 가져가는 셈이라 정작 가입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정치권의 논쟁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 연금급여를 기초보장과 소득비례 부분으로 나누고, 적어도 소득비례 부분은 정치권이 아니라 가입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옳다.

건강보험은 이미 10여년 전 직장·지역 의보통합, 의약 강제분업 실시 등으로 통합시스템이 구축됐고 이에 따른 장점들이 거론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는 경우 갑자기 부담이 올라간다거나 의료수가 불균형이 의료산업까지 왜곡하는 등 비합리적 문제들은 해소되지 않고 있고, 강제분업이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가져오기도 한다. 차라리 의료보험 자체는 시장의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면서 의료비 부담에 대해 정부가 소득에 따른 보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은 다른 사회보험에 비해 시장원리를 적용하기 쉽고 그래야만 효율성은 물론 형평성도 높아진다. 예컨대 정부는 직접 개입하기보다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부담할 최저 수준만 정하고, 보험사 간의 경쟁과 기업별 재해발생률에 따라 보험료율이 달라지는 것이 사업자의 안전의식 제고에 훨씬 도움이 된다. 더구나 상해나 기타재해 관련 각종 민영보험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산재보험을 공공부문이 독점해야 할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고용보험도 실업기간 중의 최저 급여수준은 정부가 정하되, 그 이상의 보험은 근로자나 사업주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실직 확률을 근로자와 사업자별로 평가해서 변덕스럽게 해고하는 사업자는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이 고용안정성도 높아진다. 더구나 요즘 정부가 생색을 내며 진행하는 청년인턴제 사업까지 가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로자들이 내는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수시로 재정고갈이 발생하고 예산부담으로 귀결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험도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되 일정부분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게 하고,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분은 정부가 담당하되 시장의 경쟁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등 소비자, 정부, 기업 간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