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新 청춘백서] (하) “비혼은 개인 선택의 문제, 결혼 강요하지 마세요”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8 09:00

수정 2017.05.16 14:01

[新 청춘백서] (하) “비혼은 개인 선택의 문제, 결혼 강요하지 마세요”

결혼을 꼭 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될 만큼 가족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 청춘들은 홀로 지내는 생활에 익숙하고, 외로움을 느끼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유로운 것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결혼을 안 하면 비정상 혹은 미완성이라고 판단하는 불편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한 비혼. 왜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비판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까지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강요할 것인가? 이제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 때다. 다음은 비혼족을 선언한 홍영주(가명·37·여)씨와의 일문일답.

- 남자친구와 사귄 지 얼마나 됐나요?

홍영주 (이하 홍)=2010년부터 사귀기 시작했으니 햇수로 8년째 만나고 있죠.

- 오래 사귀었는데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홍=오래 만났다고 다 결혼하는 건 아니잖아요. (웃음)

- 결혼을 안 한다고 했을 때 남자친구의 반응은 어땠나요?

홍=사실 남자친구는 원래 독신이었어요. 저를 만나고 난 후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죠.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건 평생 같이 지내고 싶다는 건데 굳이 결혼식을 해서 남들에게 알려야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제 생각을 남자친구가 이해를 해 준걸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남자 친구가 아쉬웠는지 스몰 웨딩이나 가족과 친한 친구들만 불러 결혼식을 하자고 했지만 그 절차가 번거로워 고민하다가 하지 말자고 합의했어요. 어차피 친한 친구들은 다 알고, 양쪽 가족에게 인사까지 했기 때문에 굳이 결혼에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결혼을 하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 비혼을 결심한 계기, 그러니깐 결혼 제도를 거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홍=결혼식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를 해야만 성립이 되는 건지 그것도 의문이 듭니다.
주변에 보면 결혼식은 했는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거든요. 도대체 결혼했다는 기준은 무엇인지.. 둘이 좋으면 그냥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 결혼은 거부하지만 혼인 신고는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홍=혼인 신고를 고민하게 된 건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죠. 가령, 우리나라는 신혼부부 임대 주택을 지원하려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부부로 인정받아야만 지원이 가능하더라고요. 혜택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고민을 했지만 소득도 낮아야 하고 애도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포기하게 됐어요.

- 사회적으로 ‘비혼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남자랑 여자랑 고민하는 것이 다른 것 같아요. 먼저 남자들은 경제적인 부담이 커서 결혼을 꺼려하는 것 같아요. 혼자 벌어서 사는 게 지장이 없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 누군가를 부양해야 된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있잖아요. 실제로 비정규직이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 소위 박봉인 사람들은 소개팅 제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여자들은 결혼하면 집안일, 육아 문제 등 신경 쓸 게 많아지고 그 집안에 속박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혼자 살아도 불편한 것이 없는데 틀에 얽매여 사는 게 힘든 거죠. 결혼이라는 게 집안 대 집안이 얽혀 둘이서는 괜찮아도 나중에 탈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新 청춘백서] (하) “비혼은 개인 선택의 문제, 결혼 강요하지 마세요”

- 결혼을 안 해서 압박이나 차별을 받은 적은?

홍=당연히 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9살 때 회사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이 “결혼 적령기인데 애 낳고 그만 둘 것 아니냐?”라고 묻더라고요. 그들은 나름 압박 면접을 한 거 같은데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죠. 그래서 저는 “결혼 적령기는 누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다. 하지만 난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라고 당당하게 말했죠. 그런데 면접관은 “입사 후 결혼하면 임신해서 그만두는 게 대부분”이라며 비아냥거렸어요.

회사에 40대 초반 선배가 있는데 성격이 좀 다혈질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히스테리 부린다’며 몰아가고 성격이 저래서 결혼을 못한다며 막말까지 해요. 그리고 사람들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결혼 여부를 꼭 물어요, 일하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은데 왜 물어보는지 되묻고 싶어요. 결혼을 안 해서 명절이나 야근 근무가 몰리기도 합니다.
여전히 사회적 시선은 결혼을 안 하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비혼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홍=오빠는 결혼해서 자식 둘을 낳았지만 각자의 인생이기 때문에 터치를 안 했어요. 부모님은 남들이 다 하는 건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권유도 하시고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뻔한 말로 설득까지 하셨지만 제 확고한 의지에 이제는 이해를 하세요.

가족보다 친척들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사촌 결혼식 때 남자친구를 소개했는데 친척들이 아직까지 결혼을 안 했다는 이유로 저를 이 사회의 루저처럼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남자가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다른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몰아붙이는데 정말 화가 났어요.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고 본인들 생각대로 판단하니 답답했어요.

-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홍=저는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그러나 주위에 외로워서 결혼해야 되나 고민하는 비혼족은 있어요. 결혼한 선배들은 결혼을 해서 옆에 누가 있는데도 외로움을 느끼면 그건 혼자 있을 때보다 더 외롭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자식들이 있다고 쓸쓸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 안하고 등골까지 빼먹는 경우도 있잖아요. 최근에는 비혼족들만을 위한 셰어하우스도 많아요. 각자의 생활을 보장해주며 공유하는 삶도 괜찮지 않을까요?

- 끝으로 비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홍=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결혼하면 안정적이고 안 하면 불안할 거라는 사회적 시선도 바뀌었으면 해요. 개인의 차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결혼을 해야 정상이다’라는 인식도 없었으면 합니다. 결혼은 개인 선택의 문제니깐요.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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