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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사드 보복'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7 17:38

수정 2017.04.07 17:38

[여의도에서] '사드 보복'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행이 금지된 지 4주가 다돼 간다.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도 점차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16~23일 열리는 제7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선 한국 영화를 초청해놓고도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 한류의 대명사인 대중문화를 넘어 클래식, 뮤지컬, 미술 등 거의 모든 문화 분야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인 의료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아예 사업 논의조차 힘든 상태다.

중국 당국의 무리한 보복은 그동안 쌓아온 귀중한 민간교류 자산을 한꺼번에 잃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는 점은 다른 국가의 사례에서도 비춰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2년 9월 센카쿠열도 분쟁이 극심해지면서 중국은 일본여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중국인들은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중국 내 일본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일본 제품 매출액이 최대 4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통상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원칙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일본 정부는 비자 간소화, 엔저 정책, 하늘길 확대 등의 방법을 동원하며 동남아시아 등 교역국가를 다변화하는 등 '탈중국 다변화'를 추진해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를 최소화했다.

대만에서도 총통 선거 결과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승리를 거두자 중국은 대만 여행금지 등 경제제재 조치에 나섰다. 이에 대만 정부는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인센티브, 비자 간소화 등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 끝에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최고인 1070만명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과 대만의 사례에서 비춰보듯 우리 정부도 시장다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시장다변화 정책도 일본, 동남아에 국한하지 않고 중동과 중앙아시아, 미국.유럽 등지로 넓혀야 한다. 이번 기회에 볼거리도 없이 저가 단체관광객을 모집한 후 바가지 쇼핑을 시키는 수준 낮은 관광시장 행태를 벗어나 고부가가치 관광으로 체질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무슬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인 명동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을 늘려 무슬림이 관광하기 편한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세계 각국으로 시장을 다변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민.관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중국을 상대로 손쉬운 장사를 할 땐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겨냥해 대대적인 시설투자를 했던 인천항만공사는 지난달 13~16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크루즈 컨벤션인 '2017 시트레이드 크루즈 글로벌'에 참가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부산과 제주도 등 지자체 곳곳에서도 일본 및 동남아 관광객을 겨냥한 시장다변화 노력이 활발하다.
중국 내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한 식음료업계는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동남아시아 단체관광객의 전자비자 발급 시기를 앞당기는 등 보다 편한 방한관광 정책으로 뒷받침할 경우 시장 확대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처럼 기업의 꾸준한 노력에 정부 부처의 부단한 노력이 곁들여진다면 '사드 보복'과 같은 일시적인 금단현상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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