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희소성' 소비 시대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9 17:28

수정 2017.04.09 17:40

[차장칼럼] '희소성' 소비 시대

길거리에서 3초마다 눈에 띈다고 해서 '3초백'이라고 불릴 정도로 잘나가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작년 국내 매출 신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루이비통의 매출 부진은 너무 흔해져서 희소가치가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요즘 소비자들은 아무리 명품이라고 해도 너무 흔한 제품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반대로 비싸지 않더라도 세상에 없는 '희소성'에 더 열광한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화장품, 액세서리 등 패션시장에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맞춤형 상품'이 뜨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은 '나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는 성향이 더욱 강하다.
이런 트렌드는 전방위로 확산되며 식품시장에서도 '맞춤형 상품'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아직 맞춤형 상품은 대량생산 제품에 비해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이익을 내기는 힘들다. 맞춤형 화장품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일부 매장에서 제조,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즉석에서 제조할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설비 비용이 많이 든다. 전문인력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크다. 여기에다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극히 제한적이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구조다.

다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다는 건 희망적이다. 개별 상담을 통해 소비자 개인의 피부에 맞는 제품으로 만드는 데다 상품에 소비자 이름을 새기거나 원하는 문구를 새겨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제품'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피부 측정이나 상담 등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피부 특성 등에 맞는 제품으로 만드니 자연히 한 번 이용한 소비자들은 또 찾게 돼 충성도가 높다.

화장품이나 패션은 물론이고 식품시장에서도 맞춤형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로 수명이 연장되면서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추가하고 해로운 성분은 뺀 식품을 섭취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미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당이나 향료 등을 조절해 자신만의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프리스타일'이라는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너나없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 같은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 확대는 새로운 성장동력임이 분명하다.
이제는 다수를 만족시키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와 '소량 다품종생산' 시대를 넘어 '고객맞춤형 소비' 시대로 전환되는 만큼 산업구조도 여기에 맞춰 재편해야 할 때가 됐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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