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저성장기, 식품산업 융복합에 거는 기대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9 17:44

수정 2017.04.09 17:44

[특별기고] 저성장기, 식품산업 융복합에 거는 기대

한국 경제가 긴 어둠의 터널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2.7%였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손에 잡히는 미래의 신성장동력은 무엇인지, 일자리는 어디서 얻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해법이 잘 안 보인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자리 문제가 커질수록 전통적인 산업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고 전통적인 산업이 우리의 미래 신성장동력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산업에 대한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생활필수품을 제공하는 산업이 저성장기에 더욱 각광을 받는다. 농업과 식품산업은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전통적 산업에 속한다.

그동안 농업은 타산업에 대한 상대적인 경쟁력 하락 등으로 보호와 구조조정 대상으로 여겨졌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의 비중이 줄고 종사자 인구가 줄어드는 데도 농업은 보호대상으로서 많은 정책이 펼쳐져 왔다.

식품산업 또한 전통적 산업의 하나로 반도체, 자동차, 모바일폰, 정보기술(IT)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으로 여겨지면서 그 가치를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다. 경제 고도성장기에 전통적인 산업은 성장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고 경제성장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주목을 못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가 성숙하고 최근과 같은 저성장기에는 그동안 성장을 주도했던 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부침이 작은 전통적인 산업의 가치가 오히려 상승한다.

더구나 식품산업은 농업과 연계효과가 큰 산업이어서 식품산업의 진흥을 통해 농업 소득 증대를 꾀할 수 있다. 농업과 식품산업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산업의 하나다. 국민건강과도 밀접해서 그 중요성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두루 중요하다. 식품산업은 문화적 가치도 커서 최근 해외에서 한류바람을 일으키는 데 한몫을 한다. 해외에서 K푸드의 인기는 점차 올라가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품목도 인삼에서 김치, 떡볶이, 라면, 비빔밥, 초코파이, 도시락 등으로 다양화한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품의 하나가 국내 식품기업의 불닭볶음면이란 것을 듣고, 이 더운 나라에서도 매운맛이 인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동남아에서 한국 식품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해외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가 올라간다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고, 그만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에 그 가치를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것이다.

가치는 주어진 것이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 전통적인 산업으로서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면 이제는 융복합화를 통해 그 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업계는 품질경쟁력 제고에, 정부는 K푸드의 저변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홍보를 맡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농업과 식품산업의 융합적 혁신이 이뤄지고 새로운 수요가 창출돼 농업과 식품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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