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관치가 만들어 낸 4차 산업혁명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0 17:17

수정 2017.04.10 22:37

[기자수첩] 관치가 만들어 낸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이 대세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주자들마다 공약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한다. 정부도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한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낸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4차 산업혁명에 뒤져 낙오자가 될 것 같은 위기감마저 들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과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같은 기술이 서비스로 구현되고 실생활에 적용되는 현상을 산업혁명으로 볼 수 있을까. 본디 산업혁명이란 기술의 혁신과 이에 수반해 일어나는 사회·경제의 구조적 변혁을 일컫는다. 1차는 증기, 2차는 전기, 3차는 정보기술(IT) 이 밑바탕이 돼 산업혁명을 이뤄냈다.


앞서 진행된 3차까지의 산업혁명만 놓고보면 새롭게 등장한 기술들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 냈다.

일련의 산업혁명 과정에 빗대어 볼 때 현재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은 모양새가 맞지 않는다. 구글의 알파고, 아마존의 알렉사 등 AI로 대변되는 기술은 여전히 IT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물며 자율주행차 역시 전통 제조업인 자동차와 IT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3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정보기술이 진화해 나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해외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산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신 미국혁신전략', 독일은 '인더스트리4.0', 중국은 '중국제조2025' 전략이라 부른다. 이러한 전략들도 ICT와 제조업의 융복합을 꾀하는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4차 산업혁명에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여전히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을 탈피하지 못한 까닭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관치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나오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대책들은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그동안의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 왔다.
증기, 전기, IT 모두 민간에서 기술을 개발하면 정부가 기술발전을 위한 규제를 풀거나 각종 지원책으로 뒷받침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의 주체인 민간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정부가 갖느냐 민간이 갖느냐의 단계에서 지지부진한 논쟁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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