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선후보 공약 점검] 文·安 "기업 稅혜택 우선 축소" 劉·沈 "법인세 자체를 인상"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0 17:24

수정 2017.04.10 17:24

3. 경제분야 (1) 세제개편
홍준표, 증세는 필요 없어
문재인, 상속세 더 올려야
안철수, 상속세 인상 반대
유승민, 복지위해 세금 인상
심상정, 복지전용 稅 신설
[대선후보 공약 점검] 文·安 "기업 稅혜택 우선 축소" 劉·沈 "법인세 자체를 인상"

세금은 기업과 가계, 모든 경제 주체들에 가장 예민한 문제다.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더 그렇다. 특히 모든 정책을 실현하는 재원이라는 점에서 대선 후보들의 세제 개편 공약은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세금 공약은 향후 우리 경제의 정책방향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후보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며 증세에 동의한다. 증세에 반대하는 후보는 홍준표 후보(자유한국당)가 유일하다.


중요한 쟁점인 법인세 인상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둘로 나뉜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실효세율 선(先)인상 후 명목세율 점진적 인상'이라는 같은 입장이다. 반면 유승민.심상정 후보가 '실효세율과 명목세율 모두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다수의 조세정책 전문가들도 증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차기정부 5년 동안 대략 10조원 내외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고령화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고령화와 복지예산이 비례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증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안 "법인세, 실효세율 먼저"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어떤 세금을 먼저 올리는 것이 바람직할까. 증세엔 이견이 없는 후보들도 이 부분에선 다소 입장이 갈린다. 문재인 후보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소득세와 상속세를 높이는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세수가 부족하다면 일단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높이되 명목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지막 수단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효세율을 올린다는 것은, 쉽게 말해 그간 정부가 기업에 주던 각종 세제혜택 등을 줄여 실제 납부세액을 표면세율에 가깝게 만든다는 말이다.

안철수 후보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생각은 문 후보와 동일하다. 하지만 소득세 인상이나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찬반이 아닌 '유보' 입장이다. 소득세는 지난해 법 개정으로 이미 세율이 올랐고, 부동산 보유세는 점진적으로는 올려야 하지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상속·증여세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의 상속·증여세가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더 올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명확하게 갈린다.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도 어느 한쪽으로 모아지지 않았다. 다만 양도소득세는 현재의 과세표준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 부(富)가 편중된 곳에 과세기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양극화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다들 복지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재원 마련이 시원찮다. 증세를 말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5억원 초과 시 40% 세율로 과세되고 있다. 하지만 10억원 이상은 44%까지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심 "법인세.상속세 등 모두 인상"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증세 의지는 적극적이다. 법인세는 실효세율과 명목세율 모두 인상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소득세.상속증여세.부동산 보유세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위성은 역시 복지다. 유 후보는 '중부담·중복지' 정책으로 전환하려면 누진 구조를 강화해 조세부담률(현행 18%)을 22%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후보 역시 재원을 복지 용도로만 사용하는 사회복지세를 신설하고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낮아진 법인세.소득세율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민·심상정 후보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가장 큰 차이는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이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법인세는 명목세율을 올리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당위성 측면에서도 맞다. 세율로만 봐도, 개인사업자들은 소득세로 38%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이에 비해 법인사업자 중 이익이 2억원 이하면 10%, 2억원 이상이면 20%, 200억원 이상인 기업에만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개인에 비해 특혜를 받고 있다. 공평부담의 원칙 측면에서도 법인세는 명목세율을 24%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 측은 "증세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신 자유한국당은 준조세 강요자와 제공자 모두 처벌하는 '정경유착형 준조세 금지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홍 후보는 10일 경남지사를 사퇴하면서 "행정·재정 개혁만으로 경상남도 빚을 다 갚았다.
복지예산을 늘려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했다"며 증세 반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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