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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FTA를 넘어 FSA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1 17:09

수정 2017.04.11 17:09

[여의나루] FTA를 넘어 FSA로

세계 정치외교의 수도는 미국 워싱턴DC이지만 혁신경제의 수도는 실리콘밸리를 품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다. G20 국가에 해당하는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보다도 큰 회사가 3개나 버티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컴퓨터, 소프트웨어, 공유경제 등 최근 1세기 동안 경제혁신의 성과 대부분이 사실상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를 움직인다. 구글의 자율주행기술과 테슬라의 전기차는 세계 자동차시장을 호령해온 독일과 일본을 긴장시킨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구글의 알파고는 세계 각국에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각국의 산업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곳이 세계 혁신경제의 수도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세계의 인재, 혁신 창업기업들이 이곳으로 몰려온 데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재의 절반은 해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설립하고, 영국 출신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알파고를 만드는 식이다. 순혈주의가 강한 일본마저 최근 첨단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이 1년만 체류해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비자 조건을 완화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해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순혈주의, 언어장벽 등 문화적인 측면과 외국인들에게는 한없이 까다로운 창업 및 취업규정 등 법 제도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창업자유화협정(Free Startup Agreement·FSA)'을 추진하면 어떨까 싶다. 창업자유화협정은 스타트업 및 창업인재가 자유롭게 이동.교류.정착.성장할 수 있는 양국 간 또는 다자간 협정이라고 보면 된다. 창업자유화협정을 체결한 국가에 속한 창업기업들은 상대 국가의 창업기업과 인력, 기술,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더욱 활기 넘치고 강력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더 나아가 A국가의 기술과 B국가의 자본, C국가의 특허를 가지고 국가 간 장벽 없이 다국적 스타트업을 운영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칠레 등이 창업자유화협정을 맺는다면 스타트업 비자도 획기적으로 만들어주고 국가와 국가 간 자원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스타트업 문턱도 낮춰주는 식이다. 협정국가 간 공동창업 기업에는 수익발생 전까지는 세금 유보, 투표권을 제외한 자국민 대우 등 획기적인 지원책도 강구해볼 만하다. 현재 세계 혁신경제, 창업생태계를 실리콘밸리가 압도하고 있지만 우리를 포함해 몇몇 국가 간 창업자유화협정을 체결하면 실리콘밸리 중심의 중앙집권적 혁신경제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는 무역을 통해 성장했다. 기업들은 무역을 통해 부를 일궜고 국가들도 자국기업의 무역을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가진 자원이 없는 우리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경제영토를 넓혀왔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세계 무역규모는 연속 감소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금, 무역이나 매출보다는 상상력을 혁신으로 바꾸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세계의 부를 좌우한다. 이러한 혁신경제는 세계 인재들의 자유로운 교류에서 출발한다.
중국의 비상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21세기 창업자유화협정의(FSA) 선점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혁신경제 영토확장을 기할 때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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