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후보님! 커피값도 내려주시죠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2 17:13

수정 2017.04.12 17:13

[이구순의 느린 걸음] 후보님! 커피값도 내려주시죠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둘러싸고 시끌벅적한 것을 보니 선거철이 맞구나 싶다.

사실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내가 들어도 솔깃하다.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딱히 믿지는 않지만 대통령이 통신요금을 내려주면 좋고, 안 내려줘도 내가 손해볼 일은 없으니 통신요금 내려주겠다는 사람을 찍어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때 되면 늘 나오는 거짓공약이 또 나왔다 싶어 냉소 섞어 말은 했지만, 공약을 하는 사람은 이런 유권자들의 마음을 악용하면 안 되는 것 아닌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대통령씩이나 하겠다는 분들이 국민에게 약속을 할 때는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뒤 약속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벌써 대통령 후보만 세 번째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내고 있다. 공약이 지켜졌다면 한국인들은 아마 공짜로 이동전화를 쓰고 있겠지만, 매번 공염불이 된 이유는 애초부터 통신요금 인하는 대통령의 공약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정부는 갖고 있던 KT 주식을 모두 팔았다.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외국인과 국민에게 당시 평가가격보다 비싼 값에 KT 주식을 팔면서 "한국의 통신산업은 정부개입 없이 시장경쟁에 의해 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통신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국제무역기구(WTO)와 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 뒤 정부는 통신요금 문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을 없앴다. 이 때문에 통신요금 인하는 애초에 대통령 선거 공약거리가 아니게 됐다. 적어도 통신요금 인하에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어 공약을 실행하지 못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매번 대선후보 공약에 구색 맞추기로 통신요금 인하가 등장하는 것은 각 후보 캠프의 'IT전문가'를 자처하는 선무당들이 국민을 호도할 솔깃한 거짓말로 후보까지 속이고 있는 것 아닌가 따져봤으면 한다. 그 선무당들이 갓 당선된 대통령을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캠프들이 면밀히 점검해 봤으면 한다.

한 후보는 "통계청 가계지출에서 식비와 교육비를 제외하면 통신비 비율이 제일 높다"며 "이동통신 3사는 지난 한 해 동안 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통신비 인하의 명분을 내놨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인 한 사람이 마신 커피가 500잔이다. 하루 한잔 반 정도 마신 셈인데, 유명 커피체인점의 일반커피 값 4100원으로 계산하면 한국인 한 사람이 하루 6000원 커피 값을 지불한 셈이다.
4인가족으로 계산하면 한 달 72만원이다. 스타벅스코리아 한 회사가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854억원을 기록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의 논리에 그대로 대입하면 커피 값 인하 공약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커피 값 인하가 공약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아는 캠프라면 통신요금 인하 공약의 허구성도 걸러내야 무능한 대통령이란 낙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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