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현장클릭]갤럭시S8, 좌표좀비들의 부활.. 악순환의 데자뷔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6 14:38

수정 2017.04.16 14:38

[현장클릭]갤럭시S8, 좌표좀비들의 부활.. 악순환의 데자뷔
"저도 좌표 좀 부탁드려요."
90만원대의 갤럭시S8이 시장에 출시되기도 전에 30만~40만원대의 페이백을 받고 살 수 있는 영업점의 위치와 상호를 말하는 은어인 '좌표'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바일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불법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정보들이 이미 넘쳐나고 있다. 기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좌표 찾기에 나선지 5분만에 좌표얻기에 성공했다.

갤럭시S8 공개 기사를 보면서 갤럭시S8을 사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출시되면 대리점에서 갤럭시S8을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좌표' 정보가 넘쳐나면서 생각을 접었다. 지금 제 값을 내고 갤럭시S8을 사면 내 손에 쥐어진 갤럭시S8을 볼 때마다 '나는 호갱이었구나'하며 나를 탓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또 "지금 같은 속도라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갤럭시S8 가격은 더 떨어지겠구나" 기대감도 생긴다.

갤럭시S8의 공식 출고가와 지원금이 수많은 언론과 각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돼 있는데, 왜 공개된 가격대로 갤럭시S8을 사면 나만 바보가 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일까?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프리미엄폰 공백을 만회해야하는 다급한 삼성전자의 입장도 이해한다. 오랜만에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하는 걸작'을 만난 이동통신회사들이 갤럭시S8을 많이 팔아 가입자를 늘려보려는 욕심도 이해된다. 게다가 시장을 감시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대선을 앞그러는 사두고 개점휴업 상태라 눈치볼 시어머니가 없어진 시장상황도 알겠다.

그러나 갤럭시S8의 과열현상이 전체 시장을 흔들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이미 LG전자의 G6는 출시 한달도 안돼 이미 20만원대면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파괴된 상황. 보통 스마트폰 한 대에 30만원 지급돼던 유통점 리베이트가 지금은 1.5배까지 늘어나 시장과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로서 시장을 믿을 수 없어졌다. 오늘 50만원 주고 갤럭시S8을 사면 내일 억울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긴다.

페이백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개인정보만 받아가거나, 일부 예약 선수금을 받아 챙기고 사라지는 악덕중간대리점에 속는 소비자들의 2차 피해도 잇따른다. 그러는 사이 일반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는 마구잡이로 불법 유통된다. 2년여전까지 벌어지던 과열·혼탁경쟁과 막대한 과징금 처벌. 소비자의 불신에 찬 비난의 데자뷔가 느껴진다.

지금같은 시장의 과열 혼탁경쟁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시장의 피해로 이어진다.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가 우선 눈에 보이는 피해다. 또 스마트폰 제조사나 이동통신회사의 공식 가격을 불신하게 만들어 시장이 제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은 근본적 피해다.

갤럭시S8. 제품 자체만으로도 '탐나는. 사고싶은' 스마트폰이다. 제조사나 이동통신회사가 굳이 '돈 싸움'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제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 만큼이나 가격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는 점을 업계가 다시 새겨줬으면 한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