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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혁신주도 성장이 가능하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3 17:04

수정 2017.04.13 17:04

[여의나루] 혁신주도 성장이 가능하려면

문제는 경제성장이다. 이대로 간다면 경제성장률이 현재의 2%대에서 2020년대에는 1%대로 추락할 것이다.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일자리 창출, 소득 증가, 강력한 안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강화 등이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우리 경제의 성장률 하락세를 방치할 수 없을 것이다.

단기 경기대책이 아니라 장기 성장추세 또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혁신주도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이 유효한 전략이다. 논자에 따라서 어느 하나를 강조하지만 두 전략은 양자택일의 대상은 아니다.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둘 다 해야 하고, 두 전략이 상호보완하고 시너지를 일으켜야 할 것이다.

특히 혁신주도 성장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혁신주도 성장을 지체하면 경제성장은 더 어려워지고 양질의 일자리, 특히 청년을 위한 일자리는 혁신에 앞서가는 나라로 빠져나갈 것이다.

혁신주도 성장은 어떻게 실현될까. 정부가 창조경제의 깃발을 내세우고 재벌기업에 지역거점센터를 만들게 하는 것으로 가능해질까.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혁신주도 성장을 하려면 혁신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능한 인재와 자금이 혁신생태계로 몰려와야 한다. 또한 국민 개개인이 창의와 도전을 즐기고.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려면 실패가 두렵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혁신이 움츠러드는 것은 국민 개개인이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개인의 잘못인가, 아니면 국민성 탓인가. 둘 다 아니다. 개인들이 주어진 사회 시스템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일 뿐이다. 우리 국민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이 실패의 책임과 비용을 개인이 감당케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 왕왕 인생의 실패로 귀결된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와 로스쿨을 선택하고, 공무원·공기업·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서는 개인에게 창의와 도전을 고양시키려 해도 한계가 있다. 당연히 우수한 인재가 혁신생태계로 몰려드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결과는 혁신을 통한 성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진국의 길은 멀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실패가 두렵지 않을까.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인생의 실패가 되지 않고, 또다시 도전해 재기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안전망은 사업 관련 금융지원, 보증제도 개선뿐 아니라 개인의 삶과 관련해서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성공한 도전에 대한 보상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알파고를 개발한 하사비스는 딥 마인드를 구글에 매각하고 수천억원을 벌었다.
이런 혁신 대박 사례가 우수한 인재를 혁신생태계로 몰려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혁신 도전자들이 글로벌 시장을 보고 도전할 수 있도록 마케팅, 특허 등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수한 청년들이 공시족으로 청춘을 보내지 않고 혁신을 위한 도전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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