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만능통장' 시즌2를 기다리며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3 17:05

수정 2017.04.13 17:05

[차장칼럼] '만능통장' 시즌2를 기다리며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의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안타깝게 그때도, 1년이 흐른 지금도 맞다.

'전 국민 부자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수식어와 함께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얘기다. '허울뿐인 만능통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본지 2015년 12월 31일자 31면 참조)은 현실로 나타났다.

출시 초기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밀어줬고, 금융권은 "이사(ISA)하세요"라며 TV광고 등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임직원들에게 강제 할당을 하고, 1만원짜리 '깡통계좌'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 열풍 속에서 기자도 증권사에 근무하는 지인의 부탁으로 1만원짜리 계좌를 만들었다(이 글을 쓰면서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지만).

그리고 1년여가 지났다. 그새 ISA는 '만능통장'이 될 것이라는 금융권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무능통장'의 길을 걷고 있다. 계좌 수는 지난해 11월(240만6000개) 정점을 찍은 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가입이 줄고 해지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잔고가 1만원이 안되는 계좌가 전체의 절반을 넘고, 10만원 이하가 70%에 이른다. 10개 중 7개가 종합자산관리계좌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은 초기보다 2배가 늘었다지만 겨우 15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목돈이 아니라 푼돈에 가깝다.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다는 푸념이 나올 만하다. 이러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고 수익률도 기대 이하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평균 수익률은 2.08%에 불과하다. 일반 예.적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3∼5년의 장기투자상품인 ISA를 단기수익률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고객 입장에서 굳이 ISA로 눈길을 돌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를 들면서 ISA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었다. ISA가 '제2의 재형저축'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가입자격의 제한을 풀고, 세제 혜택도 확대하고, 의무가입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별다른 보완책은 없었고,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자랑처럼 ISA가 세제 혜택이나 자산관리의 효율성 등에서 가장 유용한 재산증식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금융상품일지라도 어느 투자자도 쳐다보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냥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ISA 시즌2'가 필요한 이유다.
하루빨리 제도 개선이 이뤄져 ISA가 제자리를 찾기를 기대해본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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