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톡] 중국 반부패 바람에 대한 두가지 시선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3 17:18

수정 2017.04.13 17:18

중국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 포스터.
중국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 포스터.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요즘 중국에선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라는 드라마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반부패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TV 드라마는 현재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검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부총리급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파헤쳐 심판대에 올린다는 내용이 핵심 줄거리다. 중국에서 금기시돼왔던 정경유착과 파벌 형성, 권력 투쟁 등을 과감하게 다루고 있다. 폭력배를 동원한 철거, 노동자들의 항거 등 리얼리티가 반영된 점도 시청자에게 강력 어필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사회를 풍자하는 의미가 강하다" "나이가 많은 배우들의 연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드라마의 대사는 깊은 뜻이 포함돼 있고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부정부패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신드롬도 생겼다.

드라마 주인공의 행동을 흉내내거나 아예 배우의 동작이나 표정 등의 화면을 캡처한 뒤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배우가 드라마에서 쓰던 컵이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검열이 심한 중국에서 반부패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원래 황금시간대에 부패 드라마 방영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상 최대 반부패 사정작업에 나서면서 이 같은 주제의 방영도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중장년층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는데도 젊은 시청자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점 역시 드라마의 수준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결국 보여주려는 반부패 메시지의 함의에 대해 물음표를 찍는 소수의견도 있다. 최근 또 다른 각도로 중국 본토 관리의 부패를 묘사한 홍콩영화 '트리비사(Trivisa.樹大招風)'의 수난 때문이다. 지난 9일 제36회 홍콩 금상장영화제를 생중계하던 중국 본토의 일부 웹사이트가 트리비사의 최우수작품상 수여 장면을 차단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5개 부문을 수상할 정도의 수작이지만 이 같은 소식이 본토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 웹사이트에서 이 영화가 차단된 것은 중국 관리의 부패가 묘사된 이유 외에도 이 영화의 공동감독 중 반중국 성향 감독이 포함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부패를 다룬 드라마와 영화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누가 어떤 각도로 반부패를 논하느냐에 따라 좋은 작품 혹은 나쁜 작품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작품 혹은 감독의 팔자라고 해야 할까.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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