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中企 중심 정부조직 개편이 살길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3 19:31

수정 2017.04.13 19:31

[특별기고] 中企 중심 정부조직 개편이 살길

우리나라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기업수와 고용비중은 각각 99%와 88%로, 소위 9988로 표현되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경제의 실핏줄, 신체의 허리와도 자주 비유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20~30년간 대기업 중심의 압축성장 결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같이 왜곡된 경제구조로는 장기 저성장 및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신 경제환경에 대응할 수 없으며, 대.중소기업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국민의 사회복지를 침해할 뿐이다. 이제는 중소기업을 동반성장의 대상임은 물론,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독립적인 주체로 생각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급격한 기술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시기에는 규모가 큰 대기업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글로벌 경제흐름의 판도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얼마나 잘 육성해 '기술혁신 전쟁'을 준비하는가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또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창출될 확률이 매우 높다. 대기업은 장기 저성장국면, 강성 노조, 자동화 도입 등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고용을 확대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2011년 이후 국내 일자리 증가분의 97%를 중소기업이 담당한 반면 대기업의 총 고용자수는 감소했다. 대기업의 성장과 고용창출 간 양의 상관관계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으며, 이제 일자리 창출과 실업해소를 위해선 중소.벤처.창업기업들의 성장이 절대적이다.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실업 해소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들인 소득양극화와 교육양극화를 해소하는데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발전을 통해 고용을 확대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할뿐더러 소득 창출, 나아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포용적 성장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듯 최근 많은 대선주자들이 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백년대계를 내다보면서 신중하게 추진될 중차대한 과제이며, 중소기업부의 신설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경제환경의 대변화에 맞춰 중소기업청(차관급)을 중소기업부(장관급)로 승격해 중소.벤처.소상공인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선언은 시급하고도 반드시 실천해야할 과제다.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법.제도의 개혁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중소기업청이 지금처럼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을 주관하는 산업부 외청으로 종속된 상황에서 전체 중소기업 정책을 통합, 조정하고 중소기업 이익을 올바르게 대변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중소.벤처기업을 독립적이고, 기술혁신 주체로 인식하듯 이제는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정부조직도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기관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등 주요 국가들이 중소기업 및 산업정책 소관부처 간 상호 독립적이며 대등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소기업 정부조직의 개편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중소기업부 신설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중소기업 소관부처를 장관급으로의 승격되지 못한다면 중소기업의 발전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중소기업 정책은 다양하고 복잡한 내용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중소기업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부의 신설과 동시에 타부처와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부를 중심으로한 범부처간 협의시스템이 함께 구축돼야 할 것이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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