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대한민국이 원하는 차기 리더십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6 17:11

수정 2017.04.16 17:11

[차장칼럼] 대한민국이 원하는 차기 리더십

로마는 전쟁에서 승리한 뒤 정복지 주민들에게는 시민권과 자치권을 주며 포용했다. 종교나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수탈도 없었다. 이민족의 종교까지 받아들이다보니 나중에는 로마 시민이 믿는 신이 30만개가 넘었다. 정복지 지도자에 대한 처우도 다르지 않았다. 반란 수괴가 될 가능성에 탄압하고 목을 베기보다 로마 원로원 의원 자격을 부여했다. 로마 중앙정치가 중에서도 이민족 출신이 많았다.
로마가 포용을 통해 이민족과 하나가 된 뒤에는 로마 영토가 더 커졌다. 이것이 이탈리아 테베레 강변에 정착한 이주민 집단이 로마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약탈과 정복의 상징인 몽골의 칭기즈칸도 점령한 영토에는 적극적 포용정책을 폈다. 이민족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차별하지 않고 중용했다. 자치권을 부여했고, 이민족의 문화나 종교도 그대로 인정했다. 아시아의 유목민이 로마보다 더 넓은 세계 대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동력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나와 남을 구분해 갈등이 커지고, 개방과 관용의 정신을 잃은 뒤에는 제국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7년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호도 극심한 국론분열 속에 퇴행이냐 도약이냐는 기로에 놓여 있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 그리고 대통령 거수기 역할만 했던 무능한 여당, 견제조차 못했던 야당이 빚어낸 초유의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제 다음 정부가 극복해야만 한다.

대세론을 펴오다 최근 경선 뒤 '양념 발언'이나 '적폐세력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적폐 프레임'으로 안철수 후보에게 양자구도를 허용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반문재인 프레임이 최대 고민거리다. 최근 만난 문 캠프의 한 인사는 "왜 언론이고 모두가 우리만 미워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문 정서의 원인을 알고 화합의 해법을 찾기보다 반대 진영이 늘어난 데 대한 불만만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지적한 '증오상업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곱씹어봐야 한다.

강 교수는 "우리 편이 질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우리편이 지는 것은 천사가 악마에게 지는 것처럼 간주하는 사고방식을 지닌 이들이 당권, 언로를 장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차기 정부를 이끌기 위해선 우선 국민이 납득할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스스로의 리더십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가 차기 정부의 통합의 리더십을 외치고 있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조차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공격을 받고 있어서다.

대선까지는 불과 20여일, 차기 정부를 이끌 지도자라면 이번에 촛불민심의 의미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촛불민심이 심판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국민을 반쪽으로 가르고 국민위에 군림하려 한 오만한 권력이었다는 점을 말이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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