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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대우조선과 하이닉스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7 17:14

수정 2017.04.17 17:14

[차장칼럼] 대우조선과 하이닉스

#1. 지난 2001년 하이닉스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대해 3차례에 걸친 채무재조정을 단행했지만 미국 마이크론과 체결했던 매각계약이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또한 2008년부터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2차례 무산된 끝에 2012년에야 SK그룹에 인수되면서 오늘날 SK하이닉스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 대우조선해양의 명운을 건 정부와 국민연금의 채무재조정 합의가 진통 끝에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 17일 새벽에야 성사됐다. 하지만 사채권자 집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동안 대우조선에 투입된 약 10조원의 '혈세'는 경영정상화 과정 곳곳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연금이 고심 끝에 손해가 우려되는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나머지 연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와 시중은행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들 마음속에는 대우조선이 SK하이닉스와 같이 언제쯤 새 주인을 찾아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고 조선업 경기가 되살아나 자신들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지 답답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더 큰 손실이 우려되는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과 채무재조정 사이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을 신규 지원하고,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은 2조2000억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하거나 만기 연장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주말에도 출근해 P플랜으로 가는 것보다 당국의 채무재조정을 수용하는 것이 사채권자와 대우조선의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며 찬성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했다. 문제는 정부안대로 수주가 이뤄지고, 구조조정을 통해 내년 말부터는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을 미리 포기하기는 이르다. 과거 SK하이닉스 사례를 볼 때 대우조선과 닮은 구석이 많아 대우조선도 정상화의 길을 밟을 가능성이 크고, 어쩌면 시간을 더 단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방산과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등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면 회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안정과 협력업체, 지역경제 안정 차원에서도 충분히 지원할 가치가 있다.

사채권자와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 지원에 뜻을 모은 만큼 이제는 대우조선이 나서야 한다.
내년까지 약속한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하고, SK하이닉스가 신공정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것처럼 노사가 합심해 새로운 기술개발과 수주활동을 통해 SK하이닉스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하는 것만이 '혈세' 투입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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