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봄꽃처럼 활짝 핀 '노믹스'

3월 초였던가. 소리꾼 장사익씨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를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고(故) 손로원 시인의 시어에 곡을 붙인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되는 노랫말은 애절했다. 생기발랄이 먼저 떠오르는 새봄과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묘하게 봄의 뒤끝인 휘날리는 꽃잎의 허망함과 어울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고사성어 또한 화려하고 따스한 봄의 이면을 대변한다.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 축제는 계속될 듯했지만 지난주 금요일과 17일 내린 비로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나무는 꽃잎은 사라지고 파릇한 나무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며칠 새 이뤄진 벚꽃나무의 변신은 내달 치러질 대선판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벚꽃의 개화가 봄을 대표한다면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노믹스'는 국민에게 자신들의 경제정책 속내를 한껏 뽐내는 것이다. 길어지는 불황에다 팍팍한 국민 삶을 '경제대통령'이 돼서 풀겠다는 의지가 노믹스 공약에 들어있어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노믹스의 역사는 제법됐다. 대중경제를 기반으로 한 김대중정부의 'DJ노믹스', 이명박정부의 'MB노믹스', 박근혜정부의 '초이노믹스'까지. 제법 나열할 만하다. 공과는 있지만 주로 대통령 영문 이니셜로 이름 붙여진 '노믹스'가 당시 한국 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대표적으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들어와서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고, 성패 여부는 차치하고 정부 출범 후 기재부 장관을 맡아 이를 실현했다.

벚꽃의 화려함처럼 노믹스가 만발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탄핵 국면 이후 바로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사실상 꾸릴 수 없는 특이한 상황이 각종 노믹스를 만개하게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대선 승리와 인수위를 거쳐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믹스'가 공론화됐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이름을 딴 'J노믹스'를 내세웠다. 사람투자로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재정지출 투자확대 등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맞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조만간 안철수표 경제구상으로 가칭 'A노믹스'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주체를 기업과 민간으로 꼽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게 뼈대다.

꽃은 봄이 오면 핀다. 노믹스는 대선주자들이 경제정책의 꽃이다. 옳고 그름의 절대적 판단기준은 없다. 국가의 재정 상황, 정부와 민간의 역량, 대내외 경제여건, 경제 외적인 안보변수 등을 종합해서 유권자들이 마음에 드는 꽃을 선택할 뿐이다.
가히 노믹스 홍수지만 화려함과 향기에 너무 취해 심신이 혼미한 상태에서의 선택은 금물이다. 봄은 다시 오지만 노믹스가 만발한 올해 같은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봄날은 가지만 우리가 선택한 노믹스는 계속 이어져 국민의 삶을 상당부분 좌우할 수 있어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