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민연금이 P2P에 투자하는 날은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7 17:21

수정 2017.04.17 17:21

[기자수첩] 국민연금이 P2P에 투자하는 날은

"국민연금이 P2P에 투자하는 날이 올까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렌딧 콘퍼런스에 다녀온 한 P2P금융업체 대표는 이미 해외 P2P는 기관투자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영국에서는 개인형종합자산관리계좌(ISA) 투자대상에 P2P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 미국에서도 연기금과 보험사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콘퍼런스에 앞서 한 P2P업체가 진행한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처음 설명회장에 도착했을 때 느낀 것은 젊은 직장인부터 은퇴세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P2P를 통한 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행사가 끝난 뒤 이들이 관계자들을 붙잡고 질문하는 것을 들으니 단순히 개인투자자들만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자산운용사나 은행, 저축은행 등 다양한 투자기관에서 관심을 보여왔다.
이들은 단순히 개인투자자로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기관 입장에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P2P업체에 투자할 수는 없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 기관이 P2P 대출에 투자자로 참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P2P 가이드라인은 법인 투자를 허용하고 있지만 막상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투자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시장 규모도 아직은 크지 않은데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정착되기까지 당분간 큰 폭의 성장은 힘들다. 3월 말 기준 P2P금융협회 회원사들의 누적 대출액은 7344억원, 기관투자가들이 노리기에는 아직 작은 시장이다. 다음달부터는 1인당 투자한도가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되고, 선대출도 금지된다. 개인 큰손들의 투자를 많이 유치했던 일부 업체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명확하지 않은 업권도 성장의 걸림돌이다. P2P대출 중개업체들은 별도의 자회사를 통해 대출을 실행한다. 명확한 업권 구분이 없다 보니 이들 자회사는 일단 '대부업'으로 등록돼 있다. 이 때문에 광고나 개인신용등급 산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처음 국내에 P2P대출이 본격 도입된 지는 불과 3년가량. 아직 완전하지 않은 시장이다 보니 그만큼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대변하는 이들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의 P2P 투자사례가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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