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베이징 괴롭히는 꽃가루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펄펄 눈이 내린다. 4월 따스한 봄날 중국 베이징에서 접할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자세히 보면 다름 아닌 꽃가루다.

베이징 시민들이 봄날 겪는 환경재앙 3중고를 꼽으라면 스모그와 황사, 그리고 꽃가루를 들 수 있다.

꽃가루 때문에 겪는 고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꽃가루의 고질병인 알러지와 피부병은 기본이다. 중국의 유별난 꽃가루 문제는 미국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됐다. 중국의 한 택시기사는 정기적으로 차 엔진에서 눈가루를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다. 눈가루가 시선을 막아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한단다. 톈안먼 근처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꽃가루가 제일 심한 날 청소할 일이 부쩍 늘어 불만이다. 잠깐 청소하는 동안 꽃가루가 쓰레기통 한 통에 달할 경우도 있다.

꽃가루가 입에 들어갈 수도 있어 외출을 자제하는 시민도 있다. 한 은행직원은 꽃가루가 심할 때는 실내에만 있고 싶단다.

꽃가루가 화재를 유발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중국매체 양광망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월 허난성 한 마을에서 꽃가루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죽었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길가나 공원에서 꽃가루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4월에도 중국 지방 모 대학교 교정의 작은 화단에서도 꽃가루 때문에 화재가 순식간에 번졌다.

꽃가루 피해는 인간의 의도와 달리 벌어지는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준다. 1970년대 베이징은 도시녹화작업을 준비하면서 가로수로 백양나무와 버드나무를 선택했다. 두 나무는 중국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분포해 있는 나무다. 과거부터 재배를 해와 역사적으로 친숙하다. 특히 생태적응력이 뛰어나 어디서든 잘 자라며, 성장속도가 빠르고 번식능력이 강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당시 약 300만그루의 버드나무와 백양나무를 심었는데 20년이 지나면서 생식성숙기에 들어선 나무들이 봄이 되면 대량의 꽃가루를 날리는 것이다.

꽃가루 문제는 과거 중국에서 벌어진 참새 소동과 비교하면 약과에 불과하다. 1949년 국가주석에 오른 마오쩌둥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벼를 쪼아먹는 참새 소탕 작전에 돌입한 사례는 유명하다. 결과적으로 해충의 천적인 참새의 소멸 탓에 쌀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수천만명의 사람이 굶어죽었다.


꽃가루 문제 해결을 위해 베이징시는 가로수에 생식억제주사 등을 동원키로 했다. 2020년을 목표로 꽃가루 소탕작전에 나선 만큼 베이징 시민들의 생활도 한결 나아질 전망이다. 다만 인위적인 꽃가루 제어 방식이 또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