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장기실종아동, 그들은 어디에]

"죽기 전에는 만날까"…기다림에 폐허가 된 실종자 가족의 삶

지령 5000호 이벤트

2. 생사확인만이라도…놓을 수 없는 희망의 끈
부모 대다수 70세 안팎 고령, 생업 놓고 수년째 자녀찾기
불면증.부부문제 등 부작용.. 전문기관서 심리치료 지원
보호시설 대부분 지방 소재.. 수색 비협조 등 난관 많아

#1. "나이가 들면서 몸이 둔해지더군요. 그러면서 마음에는 조급함이 생기는 거죠. 과연 아이를 보고 죽을 것인가. 정말 죽었다면 내 자식인데 뼈라도 추려서 내 손으로 묻어야 하지 않나. 거기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2."부모로서 실제 내 자식이 살아있나, 죽었나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제 나이가 여든 살을 넘어 찾을 수 있는 확률도 점점 줄어드는데 생사라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장기 실종아동 가족들의 관심은 오로지 '죽기 전에 찾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 찾기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시간이 지나 고령이 된 부모들은 심신이 약해지고 삶이 피폐해지면서 각종 어려움을 호소한다. 실종된 자녀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싶다는 부모도 있다. 정부와 기관 등에서 실종아동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들의 아픔을 달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후유증 시달리는 가족들

20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연구자료에 따르면 장기 실종아동의 부모는 대다수가 70세 안팎이다. 실종 이후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이 지나면서 고령이 된 것이다. 이들에게 실종된 자녀는 생사를 확인하기 전까지 잊을 수 없는 존재다. 일부는 차라리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면 상처는 받을지라도 잊어버릴 수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끝없이 자녀를 찾아야 한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자녀 찾기가 장기화되면서 실종아동 가족들은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부모들은 자녀가 실종되면 금방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 찾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고 일용직이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생업을 놓은 채 수년간 자녀 찾기에 매달리다 보면 건강에 이상이 생겨 각종 질환을 앓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의료비와 찾기 활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실종아동 부모는 "경찰 일제수색에 참여하면 지방까지 가느라 차비하고 숙박비까지 비용이 많이 드는데 지원은 1만5000원뿐"이라며 "정부가 잃어버린 가족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실종아동 가족에 대한 예산을 더 이상 줄이지 말고 의료비나 교통비 등을 올려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신적 질환은 더욱 심각하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알코올 중독이 되는 것은 다반사고, 자녀 찾기가 장기화되면서 불안감과 조급함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리는 일도 있다. 일부는 정신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부부관계나 친족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관계적 측면의 고통도 심해진다"며 "부부 혹은 친족 간 실종에 대한 책임 전가와 원망, 위로, 낙인, 비난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가정해체 예방 위한 지원사업

각종 후유증을 겪는 가족들을 위해 실종아동전문기관은 다양한 가족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홍보물 제작·배포, 실종아동 정보가 담긴 사진·포스터 홍보, 경찰 실종자 일제수색 협력 등 찾기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수막과 전단, 명함 등도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있다. 기관은 지난해에만 총 4만7521건의 찾기 활동을 지원했다. 또 무료로 가족치료서비스를 제공, 가족들이 전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을 위해서는 전국 12개 심리상담기관과 협약을 해 심리치료와 상담을 지원한다. 가족의 스트레스 경감·해소를 위한 치료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공공기관, 민간기업과 협업으로 실종아동을 홍보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기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보조금을 받아 활동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실종자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을 나누고 가정해체를 예방해 실종아동 가족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찾기 활동 난관, 제도개선 시급

그러나 가족들의 찾기 활동은 여전히 다양한 난관에 처해 있다. 가족들은 보호시설이 대부분 지방에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보호시설의 비협조적 태도도 자녀를 찾으려는 노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언급했다. 경찰과 함께 시설을 방문하고 수색에 협조를 요청했을 때 시설 기관장들이 개인정보 보호나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부모는 "경찰에서 수색날짜가 잡히면 전단지를 캐리어에 잔뜩 싣고 죽으나 사나 가는데 원장들 마음대로 해주고 싶으면 해주고, 안 해주고 싶으면 개인정보 보호, 인권침해 등을 핑계로 안 해준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전반적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복지기관 등 지역 기관과 협력이 부족해 지방에 있는 가족들은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정익중 교수는 "장기 실종아동 찾기의 주체인 부모들 대다수가 노년기에 들어섰음을 인식하고 이를 고려한 가족지원정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며 "의료적 지원, 찾기 활동 지원, 상담서비스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고 최소한 광역시 단위별로 전문기관을 확대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예병정 김문희 구자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