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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부동산대책과 가계빚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1 18:00

수정 2017.04.21 18:00

[여의도에서]부동산대책과 가계빚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막겠다며 아파트 집단대출을 조이면서 내집마련 꿈이 꺾이고 있다. 수요자들은 집단대출 불확실성과 이자비용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는 2금융권으로 밀리고 있다. 또 어렵게 대출을 받더라도 원리금분할상환 조건이 붙어 매달 갚을 돈이 크게 늘어났다.

최근 만난 수도권 공공아파트 한 분양계약자는 잔금대출 3억원을 받았다고 했다. 연이율 3%대와 20년 만기 원리금분할상환으로 한달에 180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라 입주를 포기할까 고민한다고 했다.

하지만 집단대출이 거절되는 단지는 이보다 더 암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계약자들이 스스로 중도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분양대금의 10%인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철회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건설사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들은 집단대출이 막혀 금융비용이 늘고 있다.

대출로 토지를 확보해 놓고 주택 건설이 연기돼 이자만 내는 경우도 있다. 이미 착공한 사업지도 중도금 납부일이 연기돼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정책도 길게 보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무리하게 집값을 잡으려다 역효과가 난 경우도 많았다.

부동산정책을 대거 쏟아냈던 참여정부 시절 집값 상승과 양극화는 심했다. 참여정부 5년간 아파트 가격 인상 폭은 전국 33.77%, 서울 56.58%, 강남 66.95%에 달했다. 이 중 강남3구로 불렸던 강남구(79.88%), 서초구(79.40%), 송파구(82.83%)는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이었다. MB(이명박)정부도 2008년 이후 부동산 정책 18회, 세제조치를 3회 내놨다.

하지만 부동산정책이 바뀔 때는 실수요자보다 '투자 고수들'의 먹잇감이 늘곤 했다.

한 부동산 관련 사업자는 "새 부동산대책으로 혼란이 생길 때 틈새를 공략하면 돈을 벌 기회가 커진다"며 "시장은 정부 대책보다 더 영리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가계부채 대응을 놓고 말이 많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인데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관련 대출은 네덜란드가 100%를 넘어 가장 많다. 영국(81.0%)과 미국(68.8%)도 높은 편이다. 한국은 34.5%에 그친다.

반면 한국은 전세자금 및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부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경제에 더 큰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2금융권으로 내몰린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자영업자들은 자료조차 확보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나 홀로' 영세자영업자는 지난 1.4분기 10만명 이상 늘었다.

내달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다.
땜질식 규제가 아닌 장기적 안목의 대응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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