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뭐 이런 걸 다..] 60조 나랏돈은 누구에게? 수령자 통계는 없나요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2 13:00

수정 2017.04.22 13:00

국고보조금, 정부예산 15.5% 규모.. 수령자별 통계 없어
현행법, 부정수급해도 기관 재량에 따라 봐 줄 수도
자료사진=파이낸셜뉴스 DB
자료사진=파이낸셜뉴스 DB
”국고보조금은 눈먼 돈“ “나랏돈 빼먹는 게 제일 쉽다” 국고보조금을 탐하라는 뜻이라기보다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납세자인 국민의 목소리입니다. 민간이 행하는 사업에 60조가 넘는 혈세가 나가는 만큼 집행에 엄격함이 필요하겠죠.

기획재정부는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열린재정> 사이트에서 중앙부처 국고보조금 운용 투명성 확보를 위한 카테고리를 마련했습니다. 연도, 소관부처, 금액, 사업 등으로 정리한 자료를 즉시 볼 수 있습니다. 보조금 집행규모가 큰 기관 순위 공개 등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런데 보조금 집행은 부처별 특성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사항은 아닙니다.


또한 “OO부 XX사업에 얼마를 썼다” 정도로 추상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합니다. 국민이 진짜 궁금해 할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감시기능을 위해서 필요한, 수령단체 · 대표자 신원 · 상세한 사업 내용은 없습니다. 단체 · 대표자를 기준으로 한 통계 없이 투명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국민이 직접 국고보조금 관련 자세한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많은 수고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건마다 정보공개포털에서 기관에 직접 요청해야 합니다. 자료를 받는데 최대 1달이 걸립니다. 원하는 수준의 상세한 정보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공개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면 이의 신청까지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앞으로는 수고를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이 올해 7월부터 확대 운영된다고 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여태껏 볼 수 없었던 보조금수령자 관련 통계도 여기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560여 기관의 정보연계로 중복 여부, 수급자격 등을 관리해 부정수급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조차 충실한 공개는 불투명합니다. 기획재정부 시스템 구축 관계자는 “모든 기관의 수십만 수령자 자료를 모두 요구하는 것은 월권일 수 있다”면서 불가피한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이어 “대표자별·단체별 통계는 한정적인 부분에서만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고 밝혔습니다. 보조금 사업은 각 기관이 자체 운영하므로 순수 지자체 예산 등 중앙정부와 연동되지 않은 기금은 자료 구축이 힘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국고보조금 제도는 행정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성질에 따라 부담금, 조성비, 장려비, 위탁금 등으로 불립니다. 기획재정부 보조사업평가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0조 3천억 원 규모입니다. 이는 중앙정부 총지출 규모 386조 3천억 원에서 무려 15.6%나 차지합니다. 비중은 2012년 14.3%에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 재정에서 나가는 금액까지 생각한다면 더욱 엄격한 집행 요구는 과하지 않아 보입니다.

보조금은 법에 따라 편성부터 사후까지 관리됩니다. 부정수급자로 발각되면 지원이 취소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에 대한 제재는 강제가 아닙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30조는 “부정수급자들에 대해 보조금 교부 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취소해야 한다’가 아니므로 부정 사용해도 기관 재량에 따라 제재받지 않을 길이 법률상 열려 있습니다. 이는 지자체들의 보조금 관리 조례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됩니다.
사업 진행상 불가피하게 생긴 경미한 위반까지 제재하면 오히려 보조금제도 목적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예산기준과 관계자는 “위반 정도에 따라 기관장 재량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정 효율을 위해 재량이 주어진 만큼 감시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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