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초록 가득한 봄의 에너지..김보희 '자연이 되는 꿈'展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4 15:40

수정 2017.04.24 15:41

김보희 작가
김보희 작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한 가운데, 가지마다 화사하게 피었던 벚꽃이 비에 다 지고 연둣빛 잎사귀들이 솟아나는 계절이다. 초록빛 풀과 숲을 보면 그 안에 잠재된 무한한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한색(寒色)과 난색(暖色)의 가운데에 있는 녹음의 기운. 이러한 기운은 김보희의 작품에서도 물씬 느낄 수 있다. 이화여대 정년을 앞둔 김보희 작가의 화업 45년을 돌아보는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에서 그는 그의 구작 17점과 근작 19점을 선보이며 갤러리 전체를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인간 이전 태초의 자연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며 그렸다”는 그의 그림을 바라보면 마치 적도 근처 어딘가의 원시림 속에 있는 것 같다. 사람의 키만한 높이, 갤러리 지층 벽을 가득 채우는 큰 캔버스에 빼곡히 채워진 숲이 과하다 느껴지지 않는 것은 동양화를 기반으로 한 차분한 색채 덕분이다.
그림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리고 고요한 가운데 그의 작품이 삭막한 갤러리 흰 벽을 뚫고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줄 것 같은 웜홀이 아닐까 생각이 들게 한다. 풀 한점 없는 서울의 갤러리 지층에서 마치 남국으로 잠시 여행을 와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갤러리 지상층으로 올라오면 대형 캔버스 속에 그려진 다양한 화초들과 씨앗들을 볼 수 있다. 그의 근작들이다. 과거 전체적인 자연의 경관, 숲을 재현하는데 집중했던 그는 최근 들어 하나의 오브제인 나무, 풀, 열매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멀리서 자연을 바라보던 그의 시각이 더욱 가까워진 것.

자연에 대한 경외와 예찬이 가득했던 시기를 지나 김보희 작가는 이제 자연의 본질과 생명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 작가는 “생명력의 근원을 그리며 나도 힘을 얻고 싶었다”고 했다.


1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하다 어느 날 풀의 씨앗이 확 퍼지는 순간을 보게 됐다”며 “그때의 모습과 더불어 상상을 더해 미지의 씨앗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식물의 씨앗에 마치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듯 그린 그림을 보면 단단한 표면 속에 꿈틀대는 생동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김보희 '자연이 되는 꿈'
김보희 '자연이 되는 꿈'

김보희 '자연이 되는 꿈'
김보희 '자연이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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