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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국민연금 ‘대우조선 밀당’ 이해되는 이유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4 17:21

수정 2017.04.24 17:21

[차장칼럼] 국민연금 ‘대우조선 밀당’ 이해되는 이유

꼬박 사흘간 뉴스 검색과 보도자료 창만 들여다봤다. 지난 16일 국민연금의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두고 산업은행과 최종 협상안에 대해 P플랜 여부를 두고 숨을 죽일 당시 얘기다.

주말 내내 쌓인 피로도 한몫했지만 최종 협상을 두고 시간 끌기에 나선 국민연금의 애매한 자세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투자위원회에 상정하고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고 공식 발표한 시간은 17일 월요일 오전 1시 무렵. 대부분의 출입기자들이 밤을 새우거나 새벽에 연락을 받고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두고 산은과 밀당을 벌인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최순실 트라우마'에 빗대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최순실에게 도움을 주려고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을 샀고, 결국 이 사건으로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구속됐다.
500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기금운용본부 역시 감사원,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러나 더 피부에 와닿는 사실은 국민연금이 전북 전주로 본사를 이전한 것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을 결정하는 데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위가 열린 16일 저녁 장소는 전주 기금운용본부가 아닌 서울 모 지사였다. 앞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과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의 극비회동이 이뤄진 곳도 바로 서울 여의도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본사가 전주에 있다보니 협의가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평가다. 본사가 서울에 있었더라면 산은 측과 만나고 협의하기가 한결 쉬웠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올 초 전주로 이전한다고 밝히면서 인력유출이라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다 우수한 경력직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와 그에 따른 채무재조정 협상 등을 주도한 안태일 채권실장 역시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번 대우조선사태 협상 과정을 두고 또다시 국민연금의 전주행이 타당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인력유출은 물론 중대사안을 두고 물리적 여건으로 시간 끌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국민연금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후약방문' 식의 안일한 대처는 제2, 제3의 대우조선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국민연금을 밀당의 대가로 만들 수밖에 없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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