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차장칼럼] 과거에 발목잡혀 외면받는 미래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5 17:14

수정 2017.04.25 22:14

[차장칼럼] 과거에 발목잡혀 외면받는 미래

참신했다. 호텔 로비층에서 계단으로 내려가 밖으로 향하니 지하로 가는 입구가 나왔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곡선이었다. 마치 지하주차장을 걸어서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화려한 조명 속에 마련된 컨벤션홀 무대 앞좌석에 앉아서 찬찬히 둘러봤다. 지하주차장이었다.
지하주차장처럼 생긴 컨벤션홀이 아니라 지하주차장을 컨벤션홀로 임시 개조한 것이었다.

이곳에서 독일가전통신협회(GFU)와 베를린박람회 주최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21~23일(현지시간)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 '글로벌 프레스콘퍼런스 2017'의 메인 행사가 열렸다. 50여개국에서 300여명의 기자들을 포함, 400여명이 모였다. 한국 기자들은 물론 외국 기자들도 지하주차장을 컨벤션홀로 변신시킨 주최 측의 참신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컨벤션홀로 변신한 지하주차장에선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의 위르겐 보이니 글로벌디렉터(전자제품 소비자부문)를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세계 가전.전자제품 시장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세계 가전.전자제품 시장은 '커넥티드(연결된)'가 핵심 단어로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커넥티드 기기'가 기존 제품이 차지하던 영역을 대체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마트TV 시장이 성장하면 DVD 플레이어 시장이 사실상 사라진 것처럼 '커넥티드'가 기회이자 위협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보이니 글로벌디렉터는 "커넥티드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기존 기술과 제품은 사라진다"면서 "커넥티드가 일상의 모든 영역을 바꿔놓고 커넥티드된 상황은 더욱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괴케 베를린박람회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제 소비자 가전은 항상 연결돼 있고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디지털과 실제 세계 간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소비자 가전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한국을 비롯한 기존 가전 강국들의 입지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반나절 이상을 비행기로 이동해 한국에 도착, 확인한 국내 뉴스는 한국을 떠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할 주요 기업들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여파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최순실 게이트 유탄을 제대로 맞아 총수가 구속되며 손발이 꽁꽁 묶였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대선주자들은 '참신'보다는 '구태의연'을, '연결'보다는 '단절'을 말하고 있다.
지지층 결집과 유보층 흡수를 위한 본격적인 세(勢) 과시용 유력 대선주자들의 외부인사 영입, 각종 이권단체의 지지선언은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놓은 것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과거와 현재가 다투면 미래를 잃는다"라는 명언도 남겼다.
미래는 외면받고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 현실이 이번 리스본 출장 탓에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