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선택 2017] 흔들리는 양자 구도, ‘밴드왜건’이냐 ‘언더독’이냐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5 17:42

수정 2017.04.25 22:01

언더독 현상.. 5년전 安 밀던 2040, 이번엔 文에 동정표
밴드왜건 현상..文 대항마 찾는 TK 표심, 安에 갈지 관심
2007년 MB, 밴드웨건 효과.. 네거티브도 대세론 못 꺾어
2012년 박근혜, 언더독 수혜.. 이정희 공격에 동정론 확산
이른바 대세론 혹은 강한 쪽으로 유권자의 지지가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밴드왜건(bandwagon)'이다. 약세후보가 이기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동정심이 여론에서 작동하는 효과는 '언더독(underdog)'이라고 한다. 경제학 용어지만 각종 선거의 단골 용어로도 쓰인다. 대선에서 1대 1 양자구도가 뚜렷해지거나 1강2중의 복잡한 구도로 전개될 경우에는 이 두 가지 요인을 분석하는 것이 그나마 대선 결과를 미리 가늠해볼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캠퍼스에 붙은 선거 벽보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 옆에 부착된 선거 벽보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캠퍼스에 붙은 선거 벽보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 옆에 부착된 선거 벽보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밴드왜건 수혜, 박근혜…이정희발 언더덕 효과

역대 대선에도 벤드왜건 현상, 언더독 효과가 작용하곤 했다.

2007년 대선은 밴드왜건 현상이 뚜렷하게 작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여당 프리미엄을 가진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대세론을 막기 위해 각종 네거티브전으로 총공세를 폈지만 탄력이 붙은 이명박 후보 대세론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과는 531만표 차로 역대 최대 격차를 벌인 이 후보의 승리였다. 선거 중반부터 밴드왜건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승부가 일찌감치 결론나고 상대 후보의 저항이나 제동이 전혀 먹히지 않은 경우다.

언더독 효과가 뚜렷했던 선거는 2012년 대선이었다.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저격수로 통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에게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말하는 등 TV토론 내내 박 후보만을 집중 공격했다. 그러나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동정론 확산이었다. 언더독 효과가 작용하면서 결국 박근혜 후보 당선으로 이어졌다.

정작 박 후보의 맞상대였던 문재인 후보는 TV토론 내내 이슈에서 소외되는 일도 잦았다.

앞선 2002년 대선 TV토론도 언더독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부각된 이슈는 가족사였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TV토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장인의 좌익 전력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노 후보는 "내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 돌아가셨다. 나는 그걸 알고 결혼했고, 아들딸 잘 낳아서 군대 보내고 잘살고 있다. 이런 아내를 내가 버려야 하느냐"고 반응했다.

노 후보의 발언은 당시 반향이 상당히 컸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정론이 힘을 받으면서 선거는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문재인…2040 언더독 효과

전문가들은 2012년 대선에서 2040세대의 아이콘이었던 안철수 후보가 5년이 지난 지금은 그 자리를 문재인 후보에게 내주고 50대 이상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언더독 효과의 결과물이라고 해석한다.

부산대 정치학과 김용철 교수는 "안철수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일주일 동안 칩거 뒤 문 후보 측으로부터 '선거를 돕지 않았다'는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는 2040세대가 문재인 후보로 돌아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2015년 말 새정치연합 분당 사태 과정에서도 혁신 선대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철수·김한길 등 비주류와 호남 중진들이 대거 탈당하면서 문재인 동정론이 등장했다.

동정론은 문재인 후보가 2040세대의 아이콘으로 다시 한번 자리잡은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 '밴드왜건' '언더독' 누가 수혜?

이번 대선에선 지역주의가 쇠락하고 세대 간 대결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 표심의 향배는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밴드왜건 현상과 언더독 효과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보수 유권자를 대표하는 대구의 TK 표심은 문재인 후보 대항마가 누가 될지가 최대 관심이다. 이들이 홍준표·유승민 등 범보수 후보로 표심이 분산될지, 아니면 안철수 후보가 반문 진영 대항마로 밴드왜건 효과를 누릴지가 관심이다. 이는 전국적인 대선 판도에도 같은 공식이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막판에 보수층 표심이 다시 안 후보 쏠림현상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범보수 후보들로 분산될지 여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안철수 후보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비문재인 진영의 후보로 당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준다면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재인 후보가 대세론을 다시 확대하면서 문 후보가 밴드왜건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시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호남에선 한쪽 후보에 쏠림현상보다는 두 후보의 표 분산이 예상된다.
대략 6대 4의 비율로 6을 얻는 후보가 호남 전투의 승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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