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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걸 다..] 대선 득표수 조작해도 공직선거법상 무죄 가능성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13 09:00

수정 2017.05.13 12:40

선제적 법리검토는 잘 돼 있나
공직선거법, 전산정보자료·득표수 조작 명확한 처벌 조항 없어 
‘투표수’ 고정하고 후보자별 ‘득표수’만 변경한다면?
1920년대 일본법을 근거로 확대 적용
그래봤자 최대 징역 7년 솜방망이
선관위 관계자들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  
이미지=파이낸셜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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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투표에 관한 관심이 부쩍 커진 요즘입니다. 지난달에는 2012년 18대 대선때 부정이 의심된다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개봉해 주목받았죠.

그런데 만약에 누군가 후보자 득표수 데이터를 변경·조작해 대통령 당선자를 바꾼다면 어느 정도 벌을 받게 될까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에, 그것도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당연히 무거운 형벌을 받지 않을까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부정과 직접 관련된 벌칙 조항이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산정보자료>를 무단으로 변경·조작했을 때 적용할 명확한 법규는 없습니다.

벌칙 중 가장 무거운 항은 공직선거법 243조 투표함 등에 관한 죄입니다. 무단으로 “투표지를 취거·파괴·훼손·은닉·탈취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명시합니다.
그런데 이는 명확히 투표함과 투표지에 국한된 조항이라 전산정보자료를 조작했을 경우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244조는 ‘<전산조직>을 은닉·손괴·훼손·탈취한 자는 1 ~ 10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상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합니다. 같은 조에서 투표용지, 투표지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했지만 <전산정보자료>에 관한 언급만 빠져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전산조직과 전산정보자료를 각각 다른 뜻으로 구별하고 있어 적용이 불가합니다.

선관위에 “전산정보자료를 변경·조작했을 때 어떤 법을 적용받나”라고 물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것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249조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투표를 위조하거나 그 수를 증감한 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공무원 등은 3~10년)에 처한다’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소된다 하더라도 최고 형량을 받을지는 미지수이며, 7년이라도 죄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워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선관위가 믿고 있는 249조에는 심각한 구멍이 있습니다. ‘투표수’ 증감에 대한 처벌규정이지 후보자별 ‘득표수’에 관한 내용이 아닙니다. 전산정보자료와도 무관합니다.

이처럼 한 번 더 지적하자 선관위는 검찰의 공직선거법해설서를 근거로,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투표위조와 투표수 증감'의 뜻에 '전산정보자료의 득표수 증감'까지 포함시켜 넓게 본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검찰 해설서에 따르면 249조의 적용 객체는 투표지에 한정됩니다. 폭넓게 해석한 근거도 무려 100여년 전 1920년대 일본법입니다.

그리고 현재 선관위의 <전산조직에 의한 투표 및 개표에 관한 규칙>은 “투표수 및 후보자별 득표수를 계산한다”라며 '투표수'와 '득표수'를 다르게 봅니다. 실무적으로도 선관위는 분명히 다른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선거 통계자료를 보면 투표수는 후보자별 득표수 + 무효투표수입니다. 만약, 후보자들끼리 득표수를 더하고 빼서 “0”을 맞추면 투표수 증감 없이 당선자가 바뀝니다. 249조는 투표수 증감때만 처벌하므로 무용지물이 됩니다.

2016년 대법원의 인천 부평구갑 선거구 국회의원당선무효 판결에서도 투표수와 득표수를 전혀 다르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2013년 대법원의 국회의원선거무효확인의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둘의 개념은 실무적·규범적으로, 그리고 판례에서도 다르게 쓰이고 있는데 구속력 없는 검찰의 포괄적인 해설만 믿고 있습니다. 법원이 유독 공직선거법 249조에서만 단어 개념을 넓게 해석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실제 첨예한 법리 다툼과 다양한 변수가 있을 재판의 결과는 미지수입니다. 249조로 기소할 경우 상대가 죄형법정주의나 확장·유추해석금지 같은 원칙을 들고나온다면 무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이론의 여지를 최소화하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선거 관련 수많은 벌칙을 제정하면서 정작 가장 무거워야 할 규정은 모호합니다. 복수의 선관위 관계자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임을 강조했습니다.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법리검토를 해보지 않았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249조만 제시한 것도 형법 등 다른 법률은 살펴보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직선거법 외에 어떤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찾아보니 형법에 '업무방해죄'와 '공전자기록위작죄'가 있습니다. 이는 공정선거를 위한 법령은 아닙니다. 비슷한 판례도 찾을 수 없습니다. 최고 형량을 받아도 각각 5년·10년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건 판례에 따르면 최대 10년형인 공전자기록위작죄는 “사무를 그르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피고인이 목적성을 부인하면서 과실·오류를 주장한다면 다퉈야 합니다.


업무방해죄는 벌금 1천5백만원 이하, 징역 5년 이하인데 대통령을 바꾼 중대 선거사범의 벌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작년까지 국민은 '축제'라는 선거에서 ‘엄지척‘이나 `V`자 인증사진까지도 제한받았습니다.
반면, 민주주의 근간을 크게 훼손하고 국민의 뜻을 왜곡하는 득표수 조작에 관한 법령은 샅샅이 뒤져야 할 만큼 추상적이거나 솜방망이입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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