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코스피의 '불안한 질주'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7 17:12

수정 2017.04.27 17:12

[차장칼럼] 코스피의 '불안한 질주'

1조6000억원. 기자와 같은 월급쟁이의 눈에는 얼마나 많은 돈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금액이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서 경제뉴스를 검색해보면 1조6000억원쯤은 사실 별로 크지 않은 금액 같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한 분기에 10조원씩 영업이익을 올리는 세상이다. 요즘 잘나가는 SK하이닉스의 1년 영업이익이 대략 10조원쯤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로부터 배당받는 금액도 1조6000억원 너끈하다.

그런데 이 돈이 주식시장에 굴러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4월 들어 코스피는 조정장에 빠져 3월에 신나게 올랐던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다.
올 초부터 박스권을 뚫겠다며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순식간에 도로아미타불이 됐다는 한숨소리가 도처에서 쏟아져나왔다.

최근 5일간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주가지수가 2주간의 조정폭을 며칠새 만회한 것은 물론이고 증시 사상 최고가의 턱밑까지 치솟아올랐다. 이유는 1조6000억원이란 외국인들의 돈 때문이다. 지난 20~26일 영업일수로 딱 5거래일간 웬만한 대기업 한 분기 영업이익 정도에 불과한 금액이 들어오자, 코스피지수가 한순간에 올라간 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보면 주인공 허생이 1만냥을 빌려 각종 생필품을 매점매석해 막대한 돈을 끌어모은다. 범인들이라면 큰돈을 벌고 좋아 했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허생은 고작 1만냥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조선의 취약한 경제구조에 대해 탄식을 한다.

코스피도 허생전 속 조선 경제와 다를 바 없다. 누구든 2조원만 굴릴 수 있으면, 이 나라의 증시를 꼭대기까지 올릴 수도 있고 한순간에 바닥으로 패대기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오르고 있으니 어쨌든 흐뭇한 일이다. 전문가들도 갑자기 장밋빛 전망들을 내놓으니 당분간은 더 흐뭇해도 될 것만 같다.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니지만 내심 마음 한구석에 꺼림칙한 불안감이 남는다. 우리 시장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는 외국인들이 언제 마음을 바꿔 '바이 코리아'에서 '셀 코리아'로 돌아설지 모르기 때문.

평소 종종 취재를 위해 통화하는 한 전문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요즘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시장 예측이 너무 어려운데, 그러다 보니 국내 증시에 들고나는 외국인 자금동향도 분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이래서 주식시장은 어렵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증시의 외국인 의존도는 늘 우리 주식시장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당장에 해결책도 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우리 뜻대로 못하는 것들이 많다.
사드, 소녀상, 북핵문제 등등 어느 것 하나 우리 마음대로만 되지 않으니 말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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