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실한 통신요금 인하 공약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7 17:17

수정 2017.04.27 17:17

[기자수첩] 부실한 통신요금 인하 공약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앞다퉈 장밋빛 공약을 내놓는 걸 보니 때 이른 선거가 실감이 난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우 예정에 없이 일찍 진행된 탓에 대부분의 후보들이 내거는 공약은 치밀함이 부족하고, 공약에 대한 검증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자가 취재하는 분야에서는 대통령 선거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가장 큰 관심사다. 큰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역시 대선주자들이 내세운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동통신 요금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공약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공약을 내세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데이터 제공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20만원 이하의 초저가 스마트폰 출시를,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누구나 2GB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내놨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후보들이 내세운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짧은 시간에 유권자를 현혹하기 위해 급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본적으로 통신요금이라는 것이 세금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민간 통신회사들에 쓴 만큼 치르는 비용이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이를 내려라 말라 하거나, 데이터를 더 줘라 주지 말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라는 이름하에 말도 안 되는 공약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통신서비스가 의식주만큼 삶에 중요한 필수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가정 구성원 대부분이 1대 이상의 스마트폰 등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몇 년 새 통신요금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어떤 재화든 싸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복지나 안보 등 다수의 공약은 진영의 논리에 따라 유권자들도 찬반으로 나뉠 수 있지만 통신비 인하 공약은 대부분의 유권자가 '당연히' 내려주면 좋다는 입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현재 상태의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와서 드는 단 한 가지 바람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대로 된' 통신 관련정책을 다시 만들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국민 개개인이 내는 통신요금이 아깝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통신서비스 품질을 높이도록 사업자를 독려하고, 필요한 정책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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