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yes+] 가파도 청보리밭 사잇길로 바람이 분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7 19:42

수정 2017.04.27 19:44

5월 황금연휴, 초록의 유혹
제주 청보리섬 가파도
제주 본섬과 국토 최남단 마라도 사이에 있는 가파도는 봄이 되면 청보리 물결로 넘실댄다. 섬 전체를 초록으로 물들였던 청보리는 초여름 황금빛으로 익어가며 또한번 장관을 연출한다. 가파도 청보리밭 사이를 한 여행객이 거닐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제주 본섬과 국토 최남단 마라도 사이에 있는 가파도는 봄이 되면 청보리 물결로 넘실댄다. 섬 전체를 초록으로 물들였던 청보리는 초여름 황금빛으로 익어가며 또한번 장관을 연출한다. 가파도 청보리밭 사이를 한 여행객이 거닐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 제주=조용철 기자】 봄볕 아래 제주 들녘은 초록과 노랑 일색이다. 잘 자란 청보리가 파릇한 초록빛을 머금고 거뭇한 바닷가 돌담에 둘러싸인 밭에선 노란색 유채꽃이 바다처럼 일렁인다.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바라보는 유채꽃은 남다르다. 가파도에선 청보리가 무릎까지 자라 그 푸르름을 내민다.

가파도로 가는 여객선을 타기 전에 송악산에 잠깐 들러 유채꽃을 감상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산방산 아래 사계 바닷가에선 남쪽 바다 앞에 우뚝 선 형제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으면 가파도와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yes+] 가파도 청보리밭 사잇길로 바람이 분다


▶봄이 오면 가파도는 온통 청보리밭

제주 주변엔 여러 유인도가 있다. 그야말로 섬 속의 섬이다. 제주 남쪽엔 가파도와 마라도가 있다. 서로 인접해 있어 얼핏 보면 닮은 것도 같지만 이란성 쌍생아처럼 다른 구석이 보인다. 가파도는 바다 위에 뜬 조개처럼 서정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마라도는 한국 최남단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돋보인다.

가파도는 제주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 놓인 작은 섬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불과 5.5㎞ 떨어졌다. 여객선을 이용하면 15분 안팎이면 닿을 거리다. 가파도를 멀리서 바라보면 챙이 넓은 밀짚모자와 비슷하다. 가파도 대부분이 바다와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다.

가파도에 봄이 오면 섬 전체가 온통 청보리밭으로 변한다. 섬 전체 면적이 87만㎡(약 26만평)에 불과하지만 이 중 60여만㎡에 이르는 들판에 청보리가 일렁인다. 싱그럽다. 가파도를 이른바 '청보리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제주 본섬 방면을 바라보면 청보리 물결과 푸른 바다, 바다 너머 산방산 등이 어우러진 절경을 마음 속에 담을 수 있다. 이른 봄을 맞아 초록으로 섬을 물들였던 청보리는 초여름 언저리엔 황금빛으로 익어가며 또 한번 장관을 연출한다.

가파도는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옛 모습 그대로다. 왜 그럴까. 여느 섬에서 흔히 봤던 풍경 중에 빠진 것이 있다. 가파도엔 전깃줄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드리워진 전깃줄은 지난 2012년 지중화되면서 섬 전체의 경관을 흉하게 했던 전봇대도 함께 사라졌다.

가파도는 제주도 내 유인도 중에선 드물게 물이 솟아난다. 제주 방언으로 '고망울'이라 불리는 우물이 섬 내 2곳에 있다. 풍족하진 않지만 마실 물이 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어렵사리 가파도에 갔으면 '춘자네 집'에서 '홍삼'도 한번 먹어볼 만하다.
가파도 바다내음이 가득한 ‘홍삼’
가파도 바다내음이 가득한 ‘홍삼’


남원큰엉 산책로 한반도 모양의 하늘
남원큰엉 산책로 한반도 모양의 하늘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난 한반도 형상

송악산에 활짝핀 유채꽃과 가파도의 청보리밭을 둘러본 뒤엔 화순곶자왈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울창한 숲을 둘러보자.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하면서 점성이 높은 용암이 작은 함몰과 융기 기형을 이루고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고 있어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중 화순곶자왈은 골른오름(병악)에서 시작돼 화순리 방향으로 총 9㎞에 걸쳐 있으며 평균 1.5㎞의 폭으로 산방산 근처의 해안지역까지 이어져 있다. 화순곶자왈에선 멸종위기 식물인 개가시나무, 새우난, 더부사리고사리 등 50여종의 동.식물이 분포하고 있어 잘 살펴보면 이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올레 5코스 중 아름다운 남국의 해안절경을 간직한 남원에는 '큰 바위덩어리가 바다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우뚝 서있는 언덕'이라고 해서 붙여진 '큰엉'과 만난다. 큰엉은 구럼비부터 황토개까지 기암절벽이 성을 두르듯 서있다. '엉'이라는 이름은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그늘을 일컫는 제주방언이다. 이곳은 아열대 북방한계선으로 다양한 조류와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둘레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경관이 어우러지면서 탄성을 자아낸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길을 둘러싼 좌우 나뭇가지 사이로 마치 한반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형상을 볼 수 있어 이곳을 지나는 여행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멋진 풍경을 둘러봤으면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김창열 화백(88)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해보는 것도 여행의 피로감을 씻어준다.
지난해 9월 개관한 김창열미술관은 김 화백이 6·25전쟁 당시 제주에 1년6개월 정도 머물렀던 인연으로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도에 기증한 자신의 대표작 220점을 전시한 미술관이다.

‘제주의 맛’ 칼칼한 갈치조림
‘제주의 맛’ 칼칼한 갈치조림


yccho@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