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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한·미 금리차 역전에 벌벌 떨 이유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8 17:32

수정 2017.04.28 17:32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도 인상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한·미 간 금리역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미 간에는 평상시 2%포인트 정도 금리차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금리역전이 발생하면 대규모 자본유출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공포감이 배경이다.

과연 그럴까.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말과 올 3월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기준금리가 0.75~1%로 우리(1.25%)와의 금리차가 근소하게 좁혀졌다. 또한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내 금리역전이 확실시된다. 예전 같았으면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주가와 원화가치가 폭락하는 등 이상 조짐이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현상은 없다.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더 들어와 코스피가 6년 만에 2200선을 돌파하는 등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리차가 역전되더라도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자본유출 위험은 내외 간 금리차보다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나 국내경제 취약요인의 영향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당분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한은의 이 같은 분석과 정책 방향에 공감한다. 최근 몇 달간의 국내 금융시장 모습은 우리의 고정관념이 틀렸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강해져 외부 충격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릴 만하다. 최소한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지나친 저평가와 공포감은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따라서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지레 겁을 먹고 금리인상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본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 해소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경제회복세가 확산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중점을 둬야 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호황의 영향으로 그동안 부진하던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고용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석달 연속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청년실업자다. 고용시장에서 온기가 전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금리인상을 최대한 늦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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