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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최낙타

입력 2017.04.29 17:32수정 2017.04.29 17:41

[fn★인터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최낙타

“절 아세요?” 가수 최낙타와 인터뷰 도중, 그의 음악 작업 과정을 듣고 난 뒤 “그건 완벽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최낙타는 생각이 많은 편 같기도 하고 단순한 것 같기도 하고, 유쾌한 듯 하면서 과묵한 듯도 보였다.

그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은 공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낙타는 최근 열린 단독 콘서트에서 특유의 달콤한 곡들과 함께 록 요소가 가미된 커버곡, 무게감이 느껴지는 신곡 등을 불렀다. 그간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최낙타에게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다채로움이 느껴졌다.

이제는 그 다양한 모습이 조금씩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최낙타는 단독 콘서트에 앞서 정규 1집 앨범의 파트1 격인 ‘조각, 하나’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그랩 미(Grab me)’는 기존 곡들보다 한층 리드미컬하고 화려해졌다. 또한 29일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MBC ‘음악중심’에 출연했으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7(이하 뷰민라) 첫 공연도 앞두고 있다.

이하 최낙타 일문일답.

▲ 첫 음악방송부터 뷰민라까지,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댓글들을 살펴보면, 우연히 저를 알게 됐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 걸 보니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지금까지 차근차근 올라온 기분이에요. 아직 확 뜬 상태도 아니고, 소속사 없던 시절에도 혼자 앨범 내고 클럽 공연하면서 다녔거든요. 그게 값진 경험이 된 것 같고, 이렇게 소속사를 만나 인지도를 쌓고 있는 지금이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 아직 반쪽이지만, 처음으로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원래 지난해 초에 정규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게을러서 늦어졌어요. 원래 한 달에 한 곡씩 작업한 걸 모아서 내려고 했는데, 그게 끊긴 거죠. (웃음) 올해에도 더 늦춰지면 기약이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날짜를 정해놓고 발매했어요.

▲ 마감을 정해놓으면 압박감과 책임감에 갇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어진 곡 작업 기간이 한 달 정도였는데 타이틀곡이 안 나와서, 거의 정신병자처럼 모든 사물을 탐구했어요. 짧은 순간에 곡이 나와서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는데, 어쨌든 다 제 생각에서 나온 노래들이니까요. 왜곡된 마음이 아니니 결과물만 좋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 ‘마감이 있는 현실’을 잘 받아들이는 편인가보다.
현실에 잘 순응해요. 시간의 노예 같은 느낌? (웃음) 운명을 받아들이는 느낌이죠. 아직 곡이 안 나왔더라도 그 날짜가 되면 어떻게든 앨범이 발매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fn★인터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최낙타

▲ 그래도 작업 당시에는 힘들었을 것 같다.
곡 쓸 때는 스트레스를 받죠. 하지만 즐기는 편이에요. 제 스스로 깊게 빠져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요. 주변 사람들은 제가 진짜로 편하게 작업하는 줄 생각하던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 제가 집에서 누워서 기타 치면서 흥얼거리는 시간이 많으니 룸메이트는 저보고 ‘몰입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구나’ 하더라고요.

▲ 녹음하기 제일 힘들었던 곡이 있다면.
이번 앨범에는 없고, 파트2에 실릴 곡 중 하나가 정말 힘들었어요. 지난해 10월에 녹음을 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같은 해 12월에 다시 했죠. 그런데도 별로여서 다시 녹음해야 해요. 곡 자체는 엄청 마음에 드는데 미세한 뉘앙스 차이가 있는 거죠. 듣는 분들은 모를 수도 있는데 자기만족인 것 같아요.

▲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인가보다.
저 곡 작업할 때 타협 왕이에요. (웃음) 제 나름대로의 기준이 높을 뿐이죠. 다른 곡들은 술술 잘 됐는데 유난히 그 곡만 힘이 드네요.

▲ 정규앨범이 총 두 개로 나뉘어 나온다.
정규앨범은 에너지 소모가 커요. 그런데 쏟아 부은 에너지에 비해 음악시장은 하루가 지나면 앨범의 영향력이 끝나버리는 구조이다 보니, 관심을 분산시키려고 파트를 나눠 냈어요.

▲ 앨범을 나눈 기준이 있는지.
콘셉트적인 기준을 둔 건 아니고요. ‘조각, 하나’는 지금 이 시기에 들으면 신날 것 같은 노래들을 모아놨어요. 파트2는 녹음이 끝난 것도, 안 끝난 것도 있는데 그것도 큰 맥락은 없어요. 하나는 제 모습, 하나는 실험적인 모습을 담을 수도 있지만 전 도박이나 모험을 좋아하지 않아요. (웃음)

▲ 타이틀곡 ‘그랩 미’는 기존 곡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악기 구성이 좀 변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일 처음에 냈던 앨범과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확실히 사운드의 변화가 있어요. 초반에는 어쿠스틱 기타만 나오고, 점점 드럼이나 베이스가 포함됐고, 요새는 전자악기 소리를 넣어서 신나는 질감을 살렸죠.

어쿠스틱 기타로만 소리를 만들 때는 소속사도 없고 금전적인 부분도 있다 보니 소규모의 좋은 사운드를 내는 게 목표였어요.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악기도 다양해진 거죠.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개인적인 취향도 들어간 것 같아요. 신디사이저 소리도 워낙 좋아하거든요.

▲ 데뷔앨범 이후로 처음으로 피처링도 시도했다.

이것도 제가 게을러서 피처링을 쓴 거예요. (웃음) 장난이고,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음역대도 있고 남녀의 감정을 따로 불러야 하는 곡도 있는데, ‘쿡쿡’이 그랬어요. 처음에는 저랑 비슷한 스타일의 보컬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남녀의 다른 감정을 부르는 것이니 오히려 반대의 보컬과 같이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fn★인터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최낙타


▲ 그렇게 찾은 보컬이 디에이드 안다은이다. 개성 강한 보컬이라 조심스러웠을 법도 한데.
다은 양이 녹음할 때 디에이드의 느낌을 살짝 빼주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디렉팅을 하려고도 했는데, 본인이 먼저 ‘나의 원래 창법과 노래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면서 힘을 빼고 연습해줬어요. 오히려 제가 ‘너무 힘 빼면 본인의 개성이 없으니 너무 빼지 말라’고 할 정도였죠.

▲ 지난 앨범 수록곡 ‘Scene#5’에 이어 이번 앨범에는 ‘신#6’이 실렸다.

마지막 트랙 곡인데, 다른 곡보다 차분하고 우울한 편이에요. ‘최낙타도 이런 모습이 있구나’ 알려주는 곡이죠. 부담스럽게 변화를 시도하면 안 되니 조심스레 다른 흔적들을 남겨 놓는 정도? 이런 모습도 있다고 언지를 주는 거죠.

▲ 그런데 ‘신 시리즈’가 다섯 번째부터 시작된다.
의도한 건가.

20살 때 ‘신#1’부터 썼어요. 혼자 들으면서 곱씹기에는 좋은 곡이지만, 앨범으로 내기에는 모자란 부분들이 있어서 안 냈어요.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곡의 대상은 똑같아요. 얘는 제 경험담 100%죠. 이별과 후회 등에 관한 노래인데, 아직 미련이 남았다는 건 아니고 곡을 쓰기에 편한 감정적인 도구 정도에요. 초반 곡들에는 슬프고 아픈 감정이 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어쩔 수 없는 체념과 짧은 후회 등이 담겼어요.

▲ 아프고 후회스러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건 어려운 일일 텐데.
아무래도 앨범에 실리는 곡이라 편곡 등에 의해 어느 정도 포장이 되고 찌질한 감정이 미화되는 것도 있긴 하죠. 하지만 찌질한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전 자존감이 높아서 사람들과 관계에서 제 찌질한 면을 티내지 못하는 편인데, 그걸 곡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 본인이 생각하는 찌질의 기준은 무엇인가.
남자는 항상 박력 넘치게 휘어잡고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러지 못할 때 찌질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 스스로는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인 것 같아요. 이번 타이틀곡 ‘그랩 미’도 고백할 용기가 없다는 내용인데, 저도 완전히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 이번 앨범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한글, 그리고 짧은 제목들이 많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굳이 쓸 필요도 없고 (웃음) 제목이든 가사든 운율과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포인트가 되는 한 단어를 주로 제목으로 하려고 하는데, 단어의 어감이 주는 뉘앙스도 중요하고요. 이번 타이틀곡 제목은 영어이긴 하지만, 게임을 하다가 캐릭터가 상대방을 잡아당기는 ‘그랩’이라는 기술을 보고 제목의 단어로 착안했어요.

[fn★인터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최낙타


▲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의 제목은.
‘쿡쿡’ 어감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이걸로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어든 감정이든 정해놓고 작업을 하는 편이거든요. 단어를 고를 때에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진부한 단어를 대신할 표현을 찾는 거죠. ‘좋아한다’는 고백을 ‘그랩 미’라고 한 것 처럼요.

▲ 요즘 꽂힌 단어는.
‘코르테즈’요. 여자친구가 신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신발 모델이에요. 어감이든 신발의 생김새든 다 좋았어요. (어떤 신발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사진을 찾아 보여주며) 엄청 예전 신발인데 귀엽고 좋은 것 같아요.

▲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과 주관이 뚜렷한 편인 것 같다.

주변에서 해주는 조언들이 나에게 얼마나 적용이 되고 도움이 될까 생각해봐요. 자기계발서 같은 것도 그렇고요. 유명하신 분들이 강연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셔도 그건 그 사람 환경 안에서 적용된 것들이잖아요. 저의 환경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그 사람도 인생을 한 번밖에 안 살아봤으니 ‘이렇다 저렇다’ 결론을 내리기에는 경험의 평균값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 꼭 지키는 본인만의 소신이 있는지.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도 조심하는 편이고요. 또 편견 없이 생각하려고 해요.

▲ 아까 ‘남자는 박력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어떻게 보면 편견이지 않을까.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생각보다 ‘제가 큰 편견 안에 갇혀 있구나’ 느껴요. 당연하게 행동하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있는데, ‘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거예요. 당연하게 여기면 이유를 찾지 않으니까요.

▲ 가수로서 천천히 전진하고 있다. 목표한 걸음 중 얼마나 온 것 같나.

한 10분의 2, 3? 그 정도 온 것 같아요. 아직 살 날이 많으니까요. (웃음) 유명해져서 음악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에요. 그걸 이루기 위해 매년 연간계획을 짜는 편이에요.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정규앨범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제가 정해놓은 기준 이상의 돈을 버는 거예요.

▲ 지난해보다 더 나아졌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매년 제 주변 환경과 주변의 것들, 서 있는 위치가 바뀌는 것 같은데 올해는 인디 신 안에 완전히 들어온 느낌이에요. 그런 만큼 더 음악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저 역시 경쟁력을 갖춰야할 것 같아요.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