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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저비용항공사 양보다 질이 먼저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30 17:06

수정 2017.04.30 17:06

[차장칼럼] 저비용항공사 양보다 질이 먼저다

3년 전만해도 미국 저비용항공사(LCC)는 11개사에 달했다. 하지만 출혈경쟁 심화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사우스웨스트가 에어트랜을, 알래스카항공이 버진아메리카항공을 각각 인수하는 등 업계 재편이 가속화됐다. 현재는 6개사만 남아 절반가량이 없어졌다. 미국 LCC 역사에서 퇴출 및 인수합병(M&A) 등으로 사라지거나 브랜드 명맥만 유지하는 항공사는 미드웨이항공, 펄에어 등 20여개사다. 이 중 25%가 최근 3년새 역사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세계 인구 4위(약 3억2000만명) 미국의 LCC업계가 걸어온 길은 굴곡이 만만치 않다.


현재 국적 LCC는 미국과 같은 6개사다. 그러나 K에어, 플라이양양, 남부에어, 에어대구, 에어포항, 프라임항공 등 6곳이 신규 진입을 준비 중이다. 일부는 대기업 투자를 유치했고, 국제항공면허를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다. 일체 경쟁대열에 합류하면 국적 LCC는 총 12개사로 불어난다. 2014년 당시 미국보다 더 많다.

그러나 국내 LCC 사업여건은 녹록지 않다. 알짜 국내 노선인 제주노선은 들어가고 싶어도 못들어간다. 제주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은 34개로 이미 최대치다. 지난해 7월 운항을 시작한 에어서울에 국내선이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주 제2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단계로 개항 목표시기는 2026년이다. 앞으로도 9년이나 더 기다려야 하고 계획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LCC들이 항공기 도입 확대로 적자노선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제주항공이 만년 적자구간인 김포~광주노선 신규 취항에 시동을 건 게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KTX보다 더 낮은 운임으로 뛰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이 경우 유일하게 해당노선을 운영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출혈경쟁은 불보듯 뻔하다.

LCC가 주도적으로 정상운임을 인상한 것도 우려스럽다. 대형 항공사와 비교해 LCC의 가장 큰 경쟁우위는 가격경쟁력이다. 성수기엔 가격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상운임까지 올려 차별성은 반감됐다. 이에 비해 안전 논란은 진행형이다. 자체 항공정비창을 갖춘 LCC가 없다보니 잊을만 하면 사고가 발생하는 등 고객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렇다고 6개사 모두 안정적인 수익구조 위에서 흑자를 내는 것도 아니다.

일부는 지난해 적자를 냈고, 수년째 자본잠식에서 못벗어난 곳도 있다. 환불위약금과 취소수수료가 본업인 '항공화물 운송' 수입보다 더 많은 기형적인 수익구조도 문제다.
업체가 늘어난다고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 아닌 셈이다. 가격.서비스 경쟁력은 미약하고, 안전 수준이 제자리인데 공급만 늘리면 공멸을 부르는 패착이 될 뿐이다.
LCC 기반이 성숙될 때까지 양보다 질이 우선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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